특히 5G 이동통신망, 산업인터넷, 빅데이터 센터, AI 중심의 신형 인프라 구축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 야망을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중국 정부가 제조업의 고도화를 목표로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상용화·산업화를 위한 미래 기술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야심이다. 중국제조 2025는 9대 과제, 10대 전략산업, 5대 중점사업이라는 큰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과제’와 ‘전략산업’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중점사업’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특히, 중점사업 중 우리가 관심을 갖고 봐야 할 중국의 핵심 프로젝트가 있는데, 바로 ‘공업강기(工業强基)’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공업강기’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분석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화웨이 이슈 및 중국제조 2025라는 큰 산에 빠져 놓치고 있었던 것이 바로 공업강기이다. 또한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 속에서 조용히 비켜나 있었던 분야이기도 하다. 공업강기는 국내에서 ‘공업 기초역량 강화’라고 번역되어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 표현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에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업강기는 한마디로 중국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목 중 약 80%가 중간재인데 대부분 소부장 관련 기술품목이기 때문이다. 공업강기 프로젝트는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되기 전인 2013년부터 중점 육성 소부장 기술를 선정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됐다. 그리고 2015년 ‘공업강기 프로젝트 실시지침(2015-2020)’을 발표하면서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중점 육성분야와 지원대상 기업을 선정하여 막대한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이 중국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핵심 기초부품 및 기초소재, 공정, 산업기술 관련 분야를 매년 선정, 경쟁을 통해 그에 맞는 지원 육성 기업을 선발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만 해도 600개 이상의 공정에서 수백 개의 소재와 공정 장비가 필요한데, 핵심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역량 확보를 통해 체계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체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발된 소재부품 기업들은 정부 주도하에 부품소재와 공정장비가 원스톱으로 응용이 가능하도록 국가제조업 혁신센터 플랫폼을 통해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의 소부장 산업 국산화가 빨라지면서 중국 추격에 따른 위기감이 일본 내에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 정부 주도하에 향후 10년간 산관학이 참여하는 소부장 산업 혁신 4대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전통적인 소재부품 강국으로서 위상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9월 소부장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2179억 원의 R&D 자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소부장 산업경쟁력 강화 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은 미래 기술의 핵심이자, 기술자립도가 근간인 기초산업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은 융·복합화, 경량화, 스마트화를 가능케 하는 소부장 산업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중·일 3국 간 소부장 산업기술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간 소재부품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은 조용히 그 틈새를 끼어들고 있고,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