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에서 발생한 손실 보상안을 변경했다. 당초 제시한 두 개의 선보상안 중 하나의 보상안은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내부 간담회를 통해 선보상안 중 1안을 폐기하고, 2안으로만 진행키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간담회에서 정해진 안건을 전체 고객들에게 7월 초까지 안내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준가 산정의 주체인 TRS발행사 및 자산운용사로부터 기준가 조정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아 부득이하게 2안 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들에게 두 개의 보상안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에게 둘 중 한 가지를 택하도록 선택지를 준 것이다.
첫 번째 보상방식은 펀드 수익증권의 현재 기준가격 상당액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수익증권을 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이다. 수익증권의 현재 공정가액 상당액 및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수익증권을 하나은행이 가져온다. 손해배상금은 고객별 가입조건에 따른 손해배상비율 산출한다.
예컨대 10억 원 투자 고객 기준일 때, 수익증권 양도 5억5000만 원(공정가액 55%가정)과 손해배상금 2억2500만 원(은행책임비율 50%가정)으로 고객은 최종 7억750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금으로 지급하고 추후 정산하는 방안이다. 은행이 가지급금을 지급한 뒤 향후 해당 수익증권의 투자자금이 회수되면 미리 지급한 가지급금을 차감한 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수익증권의 소유권은 해당 펀드의 청산 시점까지 고객이 보유한다.
이 경우에는 10억 원 투자 고객이 가지급금 5억 원을 지급받고, 향후 펀드 55%이상 회수시 5000억 원을 추가 지급 받게 돼 최종 수령금액이 5억5000만 원이다.
피해 투자자들은 사실상 선보상 금액이 축소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투자자들은 그나마 1안을 기대했지만, 일방적으로 폐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특히 2안에 포함돼 있던 법적조치 확약서 징수 조항이 형사고소 포기 조건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이달 안으로 고소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3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누리는 형사소송과 함께 금융감독원 민원도 함께 접수할 계획이다.
한편,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 산하 지역보건관리기구(ASL)에 청구하는 진료비를 유동화한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병원에서 환자의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진료비를 정부기관에 청구한다.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급여 의료비를 받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기대수익률이 5~6%수준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탈리아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2년 만기가 돌아온 3개 펀드의 배당과 상환이 지연됐고, 만기가 남은 나머지 펀드 상환도 불투명해지면서 하나은행이 선보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