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세가 주춤한 가운데 잇단 유상증자로 인한 수급 부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기업들이 증자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증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상증자에 따른 7월 상장예정 신주의 총 규모(발행가액 기준)는 1조9205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상장한 유상증자 신주 규모(2731억 원) 대비 603.2% 급증한 규모다.
특히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대한항공은 1조1590억 원 조달을 위해 내달 936만5079주를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증자 전 주식 수 대비 83.7%에 달하는 규모다.
대한항공 주가는 이 같은 수급 부담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지난 5일 증자에 따른 권리락 착시효과로 당일 주가는 권리락 기준가격(1만9150원) 대비 7.57% 급등한 2만6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며 권리락 기준가격에도 못 미치는 1만7450원을 기록 중이다.
특히 대한항공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 증서(대한항공45R) 가격은 더욱 극적으로 하락했다. 지난 24일부터 거래되고 있는 대한항공45R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31.66% 내린 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에 시초가(3785원) 대비 60.37% 줄어든 셈이다.
7월 교보증권도 증자 전 주식 수의 79.6% 수준인 2865만3296주를 새로 상장한다. 3자배정증자를 통해 20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기업은행(증자 규모 1078억 원), 진원생명과학(765억 원), 에이프로젠제약(3300억 원) 등도 내달 신주 상장에 나선다.
8월에도 만만치 않은 물량이 대기 중이다. 이날 기준 8월 상장 예정인 유상증자 신주는 8463억 원 규모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CJCGV가 2404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증자 전 주식 대비 65.9% 규모인 1393만8687주를 새로 찍는다. 현재 주가는 권리락 기준가(2만500원)를 밑돈 2만100원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추가로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국내 증시의 수급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느린 경기 회복 속도에 기업들이 증자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회복이 느리게 진행될 것을 고려한다면 기업들은 버틸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다”며 “향후 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감소하고 유상증자는 늘어날 전망인데 이는 수급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연간 유상증자 규모는 전체 시가총액의 1% 내외”라며 “3월 이후 유상증자 발표 규모는 시가총액의 0.32% 수준으로 남은 기간까지 고려하면 올해 유증 규모는 역사적 평균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