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놓고 양사의 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다고 시종일관 부인해 왔으나 이번 녹취록 공개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6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전 제주항공 대표)가 대화를 나눈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3월 20일 통화에서 최 대표는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최 대표는 인수합병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이 대표는 "그건 저희가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며 오히려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3월 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그나마 남아있던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극심해져 2월에 일부만 지급했던 직원 급여를 3월부터는 아예 지급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4∼6월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지금까지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양사의 경영진 회의록 등을 확보해 공개하기도 했다.
노조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직군별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액이 상세히 적혀 있다. 총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 원을 보상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문서인 3월 9일 양사 경영진 간담회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기재 축소(4대)에 따른 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이스타항공이 구조조정에 대한 자구 계획은 있으나 급여 체납으로 인해 시행 시점이 늦어지고 있음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제주항공이 추가 대여금 50억 원을 지급할 때에는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집행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녹취록, 회의록 공개에 제주항공은 현재 침묵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3일 노조가 주장한 셧다운 지시 등의 쟁점에 대해 이르면 내일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