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이 예상보다 훨씬 자의적이고 적용 범위도 넓어서 기업들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고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새우등 신세’가 되거나 언론과 인터넷 관련 규제가 중국 본토 수준으로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자유를 바탕으로 누려왔던 홍콩 비즈니스 전개에 일대 전환점이 온 것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다마이 요시노 이코노미스트는 “홍콩보안법은 법에 상정된 것 이상으로 자의적인 운용이 가능하고 적용 범위도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홍콩보안법 31조는 기업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정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영업 정지 또는 면허 및 영업 허가증을 취소한다”고 규정해 동법을 위반하면 홍콩에서의 사업이 불가능하다.
또 38조는 외국인을 포함해 홍콩 이외 지역에서 법을 위반한 것도 단속 대상으로 했다. 이에 홍콩 명보는 “이 법을 위반한 외국인은 홍콩에 입국할 때 구속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43조는 출국 제한이나 통신 감청 등 수사기관에 막강한 권한을 주고 있다. 이 조항의 시행 세칙에 따르면 당국은 수색 영장이 없어도 가택 수색이나 인터넷 정보 삭제를 공급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미국 구글과 페이스북이 잇따라 홍콩 당국에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했지만 각사가 협력을 계속 거부하면 홍콩 소비자들이 더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홍콩 당국이 본토와 같은 수준으로 인터넷 정보를 차단하면 기업은 규제 회피를 위한 ‘가상 사설망(VPN)’ 정비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홍콩중문대학의 리자오보 교수는 “본토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런 VPN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렇게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손상되면 큰 투자 건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져 홍콩 금융허브 지위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미국 등의 제재 조치를 따르면 거꾸로 중국으로부터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닛케이는 경종을 울렸다.
한편 홍콩의 범민주 진영이 이날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한 입법회 경선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참가하면서 중국, 홍콩 정부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 사이의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범민주 진영은 오는 9월 입법회(의회)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뽑기 위해 경선을 치렀다. 이날에만 약 23만 명이 투표에 참가해 이틀간 최소 17만 명 유권자들을 비공식 예비 투표에 참가시킨다는 범민주 진영의 계획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당국이 홍콩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이만큼 많은 사람이 투표에 나섰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시위를 잠재우고자 동법이 시행됐음에도 홍콩의 불안정한 정국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