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은 관계자를 인용해 서방 유력 언론 매체들이 비상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할 경우 홍콩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가 홍콩 인력을 서울로 재배치한다고 밝힌 데 이어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NYT는 홍콩 지사 인력의 3분의 1을 서울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뉴스 인력과 비자가 만료돼 홍콩에서 더는 취재할 수 없는 선임기자들이 대상이다. NYT는 중국의 홍콩보안법으로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고 있으며 홍콩에 본사를 둔 일부 직원의 경우 비자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NYT가 홍콩을 탈출하는 첫 서방 언론이 된 데 이어 WSJ과 워싱턴포스트, CNN 등도 필요에 따라 홍콩 지사 인력을 다른 지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서방 언론은 최근 중국의 강경 노선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에는 통상 발급하던 외국 언론인에 대한 비자가 최근 몇 달 동안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강행한 홍콩보안법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점도 이들의 탈출 행렬을 부추긴다. 홍콩보안법은 해외 언론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제 54조가 홍콩 주재 외국 정부기관, 국제기구, 외국계 비정부기구(NGO)와 언론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한술 더 떠 지난주 홍콩 정부는 경찰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했다. 경찰이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고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게 했다.
해외 언론에 대한 중국의 적대감은 지난해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 이후 악화했다. 중국 당국은 해외 언론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 왔다. 급기야 올 2월 중국은 WSJ가 자국을 비하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며 베이징 주재 WSJ 기자 3명을 추방했다. 한 달 후에도 WSJ, NYT, WP 기자를 사실상 추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관영 매체를 선전 기관으로 지정하고 직원 수를 제한한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추방된 기자들의 홍콩 근무도 금지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선임 연구원 보니 글래서는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협하는 정책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홍콩의 언론 자유가 매우 비관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