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고무장갑주에 투자자들이 열광하면서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추월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증시에서 고무장갑 제조업체 톱글로브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389%, 슈퍼맥스는 1000% 이상 각각 폭등했다. 미국 뉴욕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테슬라(259%)에 비하면 압도적인 성적이다. 한동안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테슬라 주가는 최근 다시 곤두박질 신세다.
통신은 “테슬라의 현기증 나는 랠리를 부진하게 보이게 만들 정도”라며 말레이시아 고무장갑주의 고공행진에 주목했다.
이런 이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고무장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생에 대한 개념이 철저해지면서 라텍스 장갑 수요가 증가하며 말레이시아 니트릴 장갑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말레이시아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공포가 휘몰아치던 1980년대 고무장갑 생산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고,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한 2014년에도 전 세계 의료용 고무장갑 수요가 폭증하면서 특수를 누렸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톱글로브와 슈퍼맥스 등 말레이시아 3대 고무장갑 회사의 시가총액은 올해 총 260억 달러(약 31조 원) 늘었다. 한국과 대만 증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큰 것처럼, 말레이시아 증시에 투자된 10달러 중 1달러가 고무장갑에 베팅된 셈이다. 톱글로브는 심지어 16일 미국 세관당국이 강제 노동 의혹을 이유로 회사 제품 일부의 수입 보류 명령을 내렸음에도 아랑곳없이 랠리를 이어갔다.
노스케이프캐피털의 로스 캐머런 펀드 매니저는 “고무장갑 업체들의 랠리는 테슬라 광풍을 연상시키지만, 테슬라보다 수익 전망이 더 확실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무장갑 업계는 내년에도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 조치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노스케이스와 삼성자산운용 펀드 매니저들은 올해 고무장갑 수요에 나타난 변화가 구조적이고, 시장 참가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이 분야에 대한 베팅을 늘렸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과 미국 세관당국이 톱글로브 제품 수입을 막은 것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고무장갑주의 랠리에는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낙 수요가 많아 대미 수출이 막히면 다른 나라 수요로 메꾸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