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의 아세안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 등 경쟁 업체보다 현지 생산 기반이 열악해 앞으로 꾸준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22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50만대 규모인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는 2015년보다 판매 비중이 1.3%포인트(P) 늘었다. 4년 전 1.3% 수준에 머물던 한국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해 3.1%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83%에서 80.4%로 1.5%P 줄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인도네시아(103만대), 태국(101만대), 말레이시아(60만대) 3개국이 전체 내수 판매의 약 76%를 차지하고 있었다. 브랜드별로는 한국 업체가 베트남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 중이며, 일본 업체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었다. 중국 업체는 아세안 시장 전반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아세안 현지 생산 비중도 한국 브랜드는 2015년 대비 지난해 2.8%P 증가했지만, 일본 브랜드는 2.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업체의 생산 비중이 소폭 늘었지만, 아세안에 있는 전체 자동차 생산공장 115개(조립공장 포함) 중 한국 업체의 공장은 7개(6.1%)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 업체는 약 64개(55.7%)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사도 한국 업체는 39개사에 불과했지만, 일본 업체는 태국에만 2100개 이상의 업체가 진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ㆍ중ㆍ일 3개국 업계의 시장 전략은 차이가 있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현대ㆍ기아차가 베트남 현지조립 생산물량 확대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추후 준공될 인도네시아 완성차공장을 통해 현지 점유율을 늘려갈 예정이다.
일본 브랜드는 최근 시장이 정체된 태국과 인도네시아 위주의 생산전략을 고수하고 있고, 중국 브랜드는 저가 SUV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지 업체를 인수ㆍ합병하는 방식으로 아세안 시장 진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KAMA는 국내 업체가 열악한 상황에서도 아세안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지만 △부품 현지화율 제고 △현지생산 거점 구축 △유통ㆍA/S 등 서비스망의 체계적 구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기차 틈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급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와 협업하거나 현지 정부조달시장에 참여하는 등 판매 활로 개척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업체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 중인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현지 부품업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아세안 시장은 높은 관세와 다양한 비관세장벽으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중국과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는 완성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인하 협상 추진, 현지진출 부품업체에 대한 금융 및 정보 지원 확대, 현지 정부와의 소통을 통한 진출업계 애로 해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