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됐다.
정치권과 정부는 민주노총의 잠정 합의안 부결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 현재 양대 노총 중 한국노총만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합의안을 이행할 방침이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제71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그동안 일부 강경파의 반발로 추인을 얻지 못한 노사정 잠정 합의안 승인 안건을 상정해 온라인 찬반 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재적 대의원 1479명 가운데 131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499명(38.3%)과 반대 805명(61.7%)으로 합의안이 부결됐다.
합의안 부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주요 산별·지역노조 위원장 등 다수 중앙집행위원들이 잠정 합의안에 '고용보장', ‘해고금지’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대의원 800여명이 반대 성명을 냈었다.
이번 부결로 민주노총은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4월 코로나19 위기 속에 노사정 대타협을 먼저 요구한 민주노총이 그동안 노사정 주체들이 여러 차례 조율을 거쳐 도출된 잠점 합의안을 걷어 차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무산 됐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노총이 합의안을 추인했다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노사정 합의 이후 22년 만의 대타협이 성사되고, 이를 계기로 사회적 대화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다.
'부결 때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을 통해 합의안을 승인받으려 했던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 절차를 밟게 됐다. 김명환 위원장은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뜻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노총의 합의안 부결 소식에 정치권과 정부는 유감의 뜻을 표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상생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랐는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돼 대단히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당정은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미 잠정 합의된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국민 취업 지원 제도 시행 등을 경사노위에서 이어 받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한 노사정 대타협과 관련해 "경사노위에서 이어받아 사회적 합의로 완성시켜 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