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유권자의 과반수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4년간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인 바이든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선거에서 확실이라는 말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바이든의 경우 일반론을 넘어서는 불확실성의 요소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77세로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최고령의 후보자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당선될 당시 69세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70세였다. 바이든이 첫 임기를 마치면 81세가 된다. 그 스스로가 주변 사람들에게 당선되면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연령에 비추어 의학적으로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더라고 그의 행동반경이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최근에 드물게 언론에 노출되었는데 한 번은 코로나19로 희생된 미국인의 숫자를 잘못 말해 구설에 올랐다. 그가 말실수가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단순한 말실수인지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건강 문제인지 미국 유권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이런 외면적인 이유들은 바이든을 억울하게 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36년간 상원의원, 8년간 부통령을 지낸 그야말로 ‘워싱턴 사람’이다. 그만큼 그의 행적은 공식적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며 그것이 대선 가도에서 그의 앞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우크라이나 사건의 중심에 그의 아들 헌터가 있다. 바이든의 여성에 대한 불미스러운 행동 횟수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적지 않다는 보도가 있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대선 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TV토론이다. 그의 기록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에 그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지만, 그가 과연 긴 시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더 의문이다.
며칠 전에 바이든 후보의 대선 공약집이 공개되었다. 대부분 잘하겠다는 무난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은 작은 정부, 감세, 강한 군사력 같은 뚜렷한 이념적 정향을 드러내는 반면 민주당은 골고루 다 잘하겠다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적다. 바이든의 공약집도 그런 흐름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당은 지난 60년간의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있다가 승계한 존슨 대통령의 경우를 빼고는 모두 참신한 후보를 내서 이겼다. 케네디,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 모두 40대에 혜성같이 등장하였고 카터 대통령도 51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신예 후보로 나서 당선되었다. 바이든은 그런 전통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공화당은 속(gut)을, 민주당은 언행일치(integrity)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공화당은 후보가 공화당의 이념을 체화한 적자라는 믿음만 얻으면 언행 부분은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다. 주 방위군으로 복무한 아들 부시가 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한 전쟁영웅 존 케리를 이기는 과정이 한 예이다. 대신 민주당 후보들은 이 부분이 매우 민감하다. 가벼운 감기라고 우기다가 유세 행사를 마치고 차를 타러 가는 도중에 몸이 휘청하여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모습은 정직성과 관련하여 매우 나쁜 인상을 남겼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에 수십 번씩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속’만 우리 편이면 그쯤이야 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바이든 후보는 그의 행적 문제로 인해 많은 지뢰밭을 건너야 할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그의 집중력이 걱정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유세과정에서 이런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