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골드러시에 편승했다. 평소 금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던 소신을 뒤집고 세계 2위 금광업체 배릭골드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이다. 버핏 역시 금값 상승에 베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는 14일 배릭골드 주식을 2분기 말 시점에 2090만 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약 5억6500만 달러(약 6700억 원)어치다. 이로써 버크셔는 배릭골드의 11대 주주가 됐다.
이는 평소 버핏의 투자 소신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2011년 3월 인도 뉴델리 강연에서 “금과 석유, 예술품 투자는 수입을 창출하거나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며 “세상의 모든 금을 응축한다면 사방이 67피트(약 20.4m)인 정육면체가 될 것이다. 이것을 만지거나 볼 수 있지만 어떤 수익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랬던 버핏이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밥 하버콘 RJO퓨처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이는 금 시장을 뒤흔들만한 깜짝 뉴스”라며 “버크셔가 웰스파고와 JP모건체이스 등 은행주를 대량으로 매각하면서 배릭골드 주식을 사들인 것은 금값 상승에 보증을 선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버핏이 투자했다는 소식에 이날 배릭골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 폭등한 30.13달러로 7년 6개월 만의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날까지 연초 대비 상승률은 62%에 달한다. 뉴몬트와 킨로스골드 주가도 각각 7.1%, 6.8% 뛰는 등 다른 금광업체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다만 이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 조짐은 아니다. 금값의 급격한 상승은 경제 불안의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과 초대형 경기부양안이 화폐 가치를 약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피난처로서 금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는 채권 등 금과 경쟁하는 투자상품의 매력을 줄인다. 또 물가가 오르면 같은 양의 금을 사는 데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항상 금에 관심을 보인다.
이달 초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상승세는 주춤해졌지만, 올해 상승률은 약 30%로 다른 자산보다 여전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날 12월물 금값은 버핏 효과에 힘입어 2.5% 뛴 온스당 199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