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투자자라면 투자 철학과 마인드 셋팅을 위해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저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회사 및 산업에 대한 이해, 재무제표 및 기업가치 분석 등 여러 공부를 꾸준히 하여 착실히 내공을 쌓아야 한다. 쉬운 공부는 없지만 특히 숫자에 약한 투자자라면 재무제표를 보는데 어려움이 클 수 있다. 이에 투자자 입장에서 재무제표를 효과적으로 보는 방법을 4회에 거쳐 제시하려 한다.
누구나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접속해 상장기업과 외부감사를 받는 비상장 주식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상장기업은 분기마다 정기보고서를 발행하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주기적으로 실적과 재무구조를 체크해야 한다.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주석사항 등으로 구성돼 있어서 양이 꽤 방대하다. 하지만 자주 들여다보고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서 분석하는 습관만 기르면 재무제표를 붙잡고 있는 시간은 점점 단축될 것이다.
재무상태표는 일정시점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인 자산과 의무인 부채, 그리고 자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재무보고서다. 자산과 부채는 시간흐름에 따라 유동자산, 비유동자산, 유동부채, 비유동부채로 구분한다. 1년 내에 현금화되는 자산과 1년내에 지급해야 하는 부채를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로 분류하고 그 외의 자산과 부채는 비유동자산과 비유동부채에 포함시킨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게 자본(순자산)이므로 자산과 부채 위주로만 분석하면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왜 회사가 그 수많은 자산과 부채를 갖고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자산규모가 352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유동자산 181조 원, 비유동자산 171조 원 등 352조 원의 천문학적 규모인데 자산의 보유 목적을 생각해보면 금융자산 126조 원, 영업자산 226조 원으로 다시 분류해볼 수 있다.
51년 동안 번 돈을 예금, 적금, 주식, 채권 등에 고루 분산 투자했는데 그 규모가 126조 원이다. 그 다음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인 반도체, 휴대폰, 가전 등 생산과 판매를 위해 갖고 있는 영업자산이 226조 원이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무형자산, 유형자산,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여러 영업자산이 동원돼야 삼성전자의 매출액 230조 원, 영업이익 28조 원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금융자산은 이 매출액과 영업이익 발생에 기여하지 않았다.
부채도 마찬가지이다. 유동부채 64조 원, 비유동부채 26조 원으로 총 90조 원의 부채가 있다. 이 역시 재분류 해보면 차입부채 18조원, 영업부채 72조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차입금과 사채발행분이 회사의 차입부채가 되고, 매입채무, 미지급금, 미지급비용 등 그 외 항목은 영업부채가 된다.
삼성전자는 계속 영업이익을 냈는데 항상 번 돈의 대부분을 연구개발과 공장증설에 재투자했고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남는 돈은 계속 금융자산에 예치하여 자산가치를 키워왔다.
만약 영업자산과 영업부채로 영업이익 창출을 하지 못했다면 금융자산을 깨거나 차입금을 늘렸을 것이다. 재무구조는 악화될 것이고 갖고 있는 영업자산의 가치도 상실되었을 것이다. 안 팔리는 재고자산은 손실처리해야 하고, 제품 생산해서 팔아봤자 손실나는 상황이므로 유형자산과 무형자산도 역시 손실처리해야 한다.
투자자는 이런 식으로 회사가 얼마의 순금융자산을 갖고 있고 순영업자산으로 영업이익 창출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할 수 있는지 위주로 살펴봐야 한다.
금융자산에서 차입부채를 뺀 108조 원이 삼성전자의 순금융자산인데 시가총액 대비 약 30% 이상이나 된다. 영업자산에서 영업부채를 뺀 154조 원이 순영업자산인데 영업이익 28조 원을 창출해냈다. 즉 삼성전자는 108조 원을 갖고 있고 230조 원의 매출액과 28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요약할 수 있다. 앞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더 늘릴 수 있다면 기업가치인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는 손익계산서를 살펴봐야 알 수 있는데 다음 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박동흠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