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엔진 부품 업체인 현진소재가 올 3분기 파생상품 거래 및 평가손실로 입은 누적 손실금액이 34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진소재는 전날 지난해 지속적인 환율 하락에 따른 위험을 헷지하려는 목적으로 SC제일은행과 통화옵션 거래계약을 체결했으나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세로 343억5995만원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입었고 올 3분기 누적손실이 343억9596만원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통화옵션거래손실은 80억3441만원, 통화옵션평가손실은 367억8664만원을 각각 기록했고 통화옵션 거래이익과 평가이익의 경우 각각 33억1460만원, 71억1049만원을 나타내 전체 누적손실이 343억9596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자기자본대비 약 22.3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써 현진소재의 2008년 전체 파생상품 손실발생 금액은 470억2111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진소재 관계자는 "SC제일은행과 최근 파생상품 거래 계약 재설계 당시 원ㆍ달러 환율을 1110원에서 1159원대로 잡았다"며 "이 계약으로 환리스크 방어에 나섰으나 올 3분기들어 외환시장이 요동치며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고 이에 따른 여파로 평가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진소재는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217억원으로 전기대비 12%, 전년동기대비 234%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매출액 역시 1058억원을 기록하며 전기대비 10%, 전년동기대비 72%씩 각각 증가했지만 올 3분기 당기순손실은 6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회사측은 현진소재의 주력 상품이자 선박 엔진 핵심부품에 해당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풍력 및 크랭크샤프트(CS)의 매출 비중 확대로 3분기 영업이익률이 증가했으나 원ㆍ달러 환율의 단기 급등으로 인한 파생상품 손실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현진소재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과 관련, 시장으로부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의 환율급등세와 같은 외부 요인과 더불어 이창규 현진소재 대표이사의 파생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지나친 과신(?)에 따른 탓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흘러 나오고 있다.
시장은 이창규 대표이사의 과거 이력에 주목하고 있고 이번 현진소재가 입은 파생상품 손실과 더불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스턴대학 경영학 박사 출신인 이창규 대표이사는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으로 지난 1998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대표이사로 취임한 부산지역의 전통 제조업체 2세 경영인이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삼성 출신 코스닥 CEO로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표이사는 과거 삼성경제연구소 재직 당시 금융파트를 담당, 국내 금융시장과 관련된 보고서를 시장에 여러차례 내놓은 바 있고 현진소재 대표이사로 지내면서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학교의 경영학부 강사로 지난해까지 대학생들에게 재무관련 강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이사가 국내 대표그룹인 삼성그룹 내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으로 금융 관련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지난해까지 원화 강세 일색의 시장 전망이 대체적이었던만큼 그가 당시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 리스크 대비를 위한 파생거래의 필요성을 자주 설파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박한 금융시장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과도한 환헤지에 나선 결과, 올 상반기 예기치 못한 달러화 강세로 인해 발생했던 1차 환율 쇼크 및 하반기 글로벌 신용위기 여파 속 1400원대까지 치솟은 원화 폭등세로 인한 2차 환율 쇼크 앞에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은 이 대표이사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한편, 현진소재는 조선 기계부품 단조 및 매매용역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주력 제품인 선박 엔진 핵심부품인 크랭크샤프트(이하 CS)를 제작하고 있고 풍력용, 선미재 샤프트까지 취급하고 있다.
현진소재는 특히 국내에서 박용엔진용 CS를 제작하는 3대 업체(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현진소재)중 하나로서 STX엔진과 현재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매력적인 코스닥 단조업체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