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엔진’을 ‘전지’로 바꿔달며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변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현대차가 본격화하는 미래차 신사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가치주’에 기대하기 힘든 주가 고공행진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000원(2.22%) 내린 1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나오며 이날 주춤했지만 최근 2주(8월 19일~9월 2일)간 상승률은 11.4%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 박스권에 갇힌 동안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수익률 1위를 달성한 것이다. 2차전지, 바이오, 인터넷 등 쟁쟁한 주도주들을 앞선 결과다.
현대차의 상승에는 미래차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 현대차는 성장 중인 소수차 분야에서 세계 1위이고, 전기차 분야에서는 테슬라를 뒤쫓는 후발주자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오래 공들여온 수소차 사업이 최근 주요국들의 친환경 경기부양 정책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실제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수소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유럽 전역의 운송 부문에서 수소 에너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가 기대된다. 커지는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가 선점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 상반기 세계 수소차 시장의 현대차 점유율은 83.4%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현대차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보조금을 유지하고, 보급대 수도 대폭 늘리게 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국내의 수소차 산업은 정부의 지원 속에 글로벌 1위로 성장했지만, 산업의 확장 면에서는 불확실성이 있었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EU가 제거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2020~2025년 연평균 66%의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이를 대한민국이 주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본격 행보도 시작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 9종을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2025년 기준 연간 56만 대 이상을 판매해 세계 전기차 시장 내 점유율을 6.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및 코나EV의 에너지 효율은 테슬라와 함께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며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올 상반기 기준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미래차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성장주’로서의 면모도 재평가받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성장주들이 갖는 특징인 무형자산 비중 확대를 나타내고 있다. 자산 취득액 기준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38.6%에서 작년 45.6%까지 늘어난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 등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는 연구개발 성과들이 점차 자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사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