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30년 만에 양국 간 교역액과 관광객이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통상 협력과 제조생산 현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7일 발표한 ‘한-러 수교 30주년, 경제협력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 간 교역은 구소련 시절인 1990년 8억8880만 달러(약 1조572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223억4064만 달러(약 26조5741억 원)로 급증했다.
1990년 3만 명 수준이던 상호 관광객 수도 수교와 2014년 비자 면제협정을 계기로 급격히 늘어 2019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77만 명을 기록했다.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러시아 진출로 한국 제품에 대한 러시아인의 선호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러시아 휴대폰 시장 1위, 현대차그룹과 LG전자가 각각 자동차와 가전제품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는 극동ㆍ시베리아 개발과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희망하고 한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와 유라시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고 있어 상호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전력망 구축, 철도 연결 등 에너지ㆍ물류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상호 윈-윈하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다만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 특성상 한-러 교역이 원자재 가격, 서방의 제재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점, 2009년 이후 꾸준한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무역수지 적자, 러시아의 중국 수입 급증 등 위기 요인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서방의 대북ㆍ대러 제재, 미-중 무역 분쟁과 이에 따른 중-러 관계 강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며 러시아 정부의 수입 대체산업 육성책, 코로나19로 인한 2분기 경제 급하강 등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자유무역협정(FTA), 한-러 서비스ㆍ투자 FTA 등 통상 협력 추진과 제조생산 현지화를 통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개선이 필요하다”며 “청년, 기업인, 학술인 간 교류의 장을 넓혀 협력의 초석이 되도록 하고, 신뢰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양국이 당면한 대내외 리스크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