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빠진 사전청약…도심 공급 첫단추부터 ‘삐걱’

입력 2020-09-08 16:59 수정 2020-09-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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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컸던 태릉골프장ㆍ용산 캠프킴 부지 등 제외…지자체 반발에 무산 가능성도

정부가 8일 내놓은 6만 채 규모의 '사전청약' 물량이 당장 불안감에 집을 사는 3040세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 행렬은 다소 진정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자체와의 파열음으로 태릉골프장과 용산 캠프킴, 과천유후지 등 '알짜' 공급 부지는 결국 이번 사전청약 물량 대상에서 빠져 도심 공급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청약 6만가구 '전시효과'... "패닉 바잉은 일부 진정"

국토교통부가 이날 내놓은 사전청약 물량은 총 6만 가구다. 2022년까지 내놓겠다고 공언한 수도권 아파트 총 37만 가구 중 16%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정부가 당초 9000가구 규모였던 사전청약 물량을 6만 가구까지 늘린 건 젊은층의 주거 불안심리와 패닉 바잉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특히 이날 나온 사전청약 공급안은 추상적인 계획을 넘어 공급 일정 '시간표'를 확실하게 제시해 달아오른 주택 매수 열기나 청약시장 광풍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급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전청약은 수도권 대규모 공급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정부가 잡음 없이 공급이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물량을 책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경인여대 교수)는 "3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 입지보다 우수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라며 "특히 중저가 아파트를 노리는 젊은층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해 서울 일부지역 매수 열기는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효과가 어디까지나 '일부'에 그칠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사전청약은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지만, 본청약까지는 1~2년 가량이 더 걸리는데다 실제 입주까지는 무려 5~6년 이상이 걸린다. 내 집을 당장 마련하고 싶은 젊은층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 수요가 사전청약에 나선 뒤 입주 시점까지 임대차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만큼 전월세 시장 불안은 불가피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사전청약 물량이 풀린다고 입주가 앞당겨지는 건 아니어서 젊은층이 공급 확대를 체감하는 건 사실상 힘들다"며 "사전청약으로 과열된 주택시장이 안정화하기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사전청약 5000가구...쏙 빠진 '알짜'땅

정부가 내놓는 6만 가구 사전청약 물량 중 서울 공급 물량은 5000가구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 계획안에 적시된 물량은 노량진역 인근 군(軍)부지(200가구)와 용산 정비창(3000가구), 고덕 강일(500가구), 강서(300가구), 마곡(200가구), 은평(100가구) 정도다.

시장의 기대가 컸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와 용산구 캠프킴 부지는 아예 빠졌다. 그나마 명단에 이름을 올린 용산역 정비창 부지는 2022년 하반기에야 사전청약이 가능하다. 서울 주택시장의 단기적인 안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태릉골프장의 경우 교통대책 수립 이후, 용산 캠프킴은 미군 반환 후에야 사전청약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사전청약의 기본원칙은 본청약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며 "태릉골프장은 교통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과천청사 부지의 경우 청사 이전 계획이 확정돼야 한다. 내년 하반기 나올 3만 가구에 태릉과 과천을 포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태릉골프장과 과천청사 부지가 이번 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은 건 지자체와의 불협화음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워낙 거세 파열음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두 지역의 공급 계획 자체가 어그러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태릉골프장과 과천 청사부지의 상징성이 커 어떻게든 공급을 밀어불일 것"이라면서도 "지자체의 협의가 난항을 보일 가능성이 커 공급안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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