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은 15일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 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 검토한 뒤 관련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산은은 “지난 11일 발표한 간담회에서 산은은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산업이 지난 11일 HDC현산에 최종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끝이 났다. 이번 입장은 2500억 원의 계약이행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 원의 이행보증금을 냈다. 계약이행보증금은 매수자의 계약이행을 강제하는 계약 조건으로, 잠재 매수인이 계약을 포기하면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하지만 HDC현산이 매도인의 선행조건 미충족을 계약 무산의 원인으로 지적함에 따라 이 부분은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이 지적한 부분은 지난해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 내용이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에 2조8000억 원의 부채가 추가로 파악됐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HDC현산이 산은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를 고집한 이유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 측에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채권단은 HDC현산의 재실사가 ‘과도한 요구’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혀왔다. 이는 인수단이 반년 이상 활동하면서 재무상태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관련된 정보를 HDC현산이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채권단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채권단은 ‘재실사’ 요구를 딜을 종결하려는 의도로 봤다. 이 지점에서 의견이 가장 강하게 대립한다.
이날 HDC현산이 계약금 반환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지난한 법적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M&A 과정에서 실제로 계약금이 반환된 사례가 있다. 2008년 당시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자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우선 제출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1심과 2심에선 한화가 졌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최종계약 전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점이 고려된 탓이다. HDC현산은 이같은 한화 사례를 참고해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계약금을 돌려받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