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연봉 30% 삭감 방침을 선언한 가운데 이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은 일단 시큰둥한 표정이다.
특히 '경영합리화 MOU' 체결을 앞두고 있는 은행권을 비롯해 금융권에 대한 '압박카드'로 작용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금감원장 연봉 삭감 왜?
금감원은 10일 금융·경제 불안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과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취지로 임원 연봉의 10∼30%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원장의 경우 내년 연봉의 30%를 삭감할 예정이며, 감사와 부원장, 부원장보 등 본부장급 이상은 연봉의 10%를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은행권과 '경영합리화 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금감원이 일종의 압박카드로 연봉삭감을 단행한 게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은행권에 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청함과 동시에 미온적인 금융사에 대한 일종의 '사전 경고'와도 같은 셈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임원 연봉 삭감시 간부급 직원보다 오히려 연봉이 줄어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연봉 삭감 방침은 본래 취지는 좋으나 금감원과 MOU를 앞둔 상황에서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단체 어찌하나 '눈치보기'
금감원의 이같은 '압박카드'에 금융단체들도 난감해 하기는 마찮가지다.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이 연봉을 30%나 삭감하겠다는 마당에 남의 일처럼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업계마다 형편과 사정이 다른 상황에서 누가 먼저 연봉삭감 대열에 선듯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은행연합회의 경우 회원사인 은행들이 연봉삭감을 비롯해 강도높은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어 은행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춰 나갈 방침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권은 최근 연봉삭감 및 비용절감을 위한 자구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은행연합회는 회원사들의 의견과 결정에 따를 뿐 (연봉 삭감과 관련)당장 어떤 방침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도 "내년 자통법 실시로 협회 통합을 앞두고 있어 연봉 삭감의 형태를 띠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실질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사회공헌기금으로 3개월간 급여의 20%를 반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도 금감원의 연봉 삭감에 동조해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 고위 관계자는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 연봉은 보험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맞다"며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도 "보험업계의 경우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오고 있다"면서 "당장 구체적인 결정은 내릴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공감대는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단체들은 일단 업계의 의견과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나름대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