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전 산업에 전례 없는 충격을 가져왔지만 특히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꺼리고, 대신 이커머스로 갈아타면서 대형마트들이 줄줄이 폐점 또는 매장 매각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는 유통업은 2017년 기준 약 317만 명으로 전체 고용의 15%가량을 차지한다. 홈플러스 노조의 우려대로 인력 감축까지 시작되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고된다. 전자상거래에 밀려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던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가 하향세에 가속 페달을 밟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 대형마트의 입점 제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다. 골목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은 이 법안 통과로 앞으로 5년간 전통시장 1㎞ 이내에는 대형마트 입점이 금지되며, 준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이 적용된다. 이 법안을 시작으로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면세점, 아웃렛 등 대규모 점포에 심야영업 제한 및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기업 오프라인 유통매장은 전통시장 못지않게 고전하고 있고 이커머스로 쇼핑 헤게모니가 이동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10년 전 산업생태계 인식에 머물며 전통시장과 오프라인 유통을 적대적인 관계로 고집한다.
추가 규제를 준비 중인 아웃렛·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상인 70~80%가 소상공인이다. 아웃렛이나 복합쇼핑몰을 망하게 할 작정이 아니라면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휴일에 문을 닫을 경우 이들 자영업자의 수입은 얼마나 줄어들 것이며,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지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지 의문이다.
코로나의 충격은 너무나 급작스럽고 전혀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통상적인 산업 생태계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먼저 변화하는 기업이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지만, 코로나 시대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일단은 살아남고 볼 일이다. 살아남기도 벅찬데 기존의 규제도 모자라 추가 규제까지 옥죈다면 버텨낼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혜성처럼 등장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밀려 고전했다. 미국의 백화점 체인 JC페니, 니만마커스 등이 줄줄이 파산했고 미국 전역의 쇼핑몰 가운데 25%는 5년 이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 속에서 월마트는 코로나 시대에 아마존에 반격을 가하는 변화무쌍한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월마트는 회원제 서비스는 아마존을 본따 만드는 반면, 온라인으로 물품을 주문한 후 월마트 매장 주차장에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매장 주차장을 드라이브인 극장으로 변신시키는 오프라인 우위 전략은 아마존과 차별화했다. 전자상거래업체, 패션쇼핑몰 등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해 기술과 노하우, 이용자 등을 빠르게 확보하는 지름길도 찾았다. 그 결과 월마트는 올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코로나 수혜기업’으로 등극했다.
모든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전통시장도, 소상공인도, 유통 대기업도 다 똑같은 오프라인 사업자인 만큼 코로나 이후 찾아올 언택트 시대에 소비자들의 변화를 연구하고 적응한다면 생존은 물론 월마트처럼 반격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h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