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법무법인 태평양과 ‘제3차 대한상의 통상 포럼’을 열고 미국 대선 이후 통상정책과 미-중 전략적 경쟁시대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태평양의 표인수 미국 변호사는 “친중국이라 알려진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미국 의회, 국민 시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 환율조작, 덤핑행위, 지식재산권 침해 등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은 유지될 것”이라며 “EU, 일본, 호주, 인도 등 동맹국들과 협력해 전략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과거 다자주의로 전면복귀는 어렵겠지만 세계보건기구(WHO), 환경, 디지털 무역, 지적재산권, 국영기업 및 보조금 이슈 등은 다자 차원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현재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태평양 국가들과 중국을 책임 있게 만들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표 변호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방향 변화로 △대대적인 미국 국내 경기 부양책 실시 △대중국 강경책 △디지털 무역 및 4차 산업혁명 확산 △국가 안보를 중시한 무역 및 투자정책 등을 예측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은 “2018~2019년 미·중 간 추가관세 부과 이슈(1차 국면)에서 시작된 갈등이 2020년 들어서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 기술 및 산업규제, 인권과 자유 등 정치적 이슈, 미국 상장 중국기업에 대한 감사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2차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중국 GVC(글로벌 밸류 체인) 위상 약화와 성장세 둔화가 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ㆍ중 간 첨단기술 전략적 경쟁은 5G, 반도체, 인공지능, 화웨이 제재, 지재권 논쟁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미국은 기술 및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조치로 고율의 관세부과와 더불어 중국의 미국 투자 제한, 중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 제재, 반중국 동맹 결성 등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실장은 한국 산업계의 대응방안으로 △공급망 재구축과 첨단 제조업 전환 정책 △차세대 공급망 전략을 통한 소재ㆍ부품ㆍ장비 전략적 자율성 확보 △기술 및 중간재 소싱 원천 다변화와 산업 세계화 프런티어 개척 △리쇼어링 정책과 산업정책의 긴밀한 연계 등을 꼽았다.
포럼 참석자들은 미·중 간 장기간의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에 대비해 실리 위주의 유연한 대응과 K방역의 우수성,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문화강국 등 한국의 높아진 위상으로 능동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USMCA(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협정)의 적극적 집행을 강조했고, 바이든 정부도 환경, 노동을 양자 협상에서 중요한 의제로 명시했기 때문에 다자주의로의 복귀는 주장하면서 동시에 양자 협상에 대비한 의제별 다각적이고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CPTPP 가입의 조속한 결론과 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의 연내 마무리, 신남방정책 지속적 추진과 아세안, 인도 등 주요 전략 국가들과의 협력관계 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강경책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차이나 플러스(China Plus)와 신남방정책의 지속적인 추진, 북미시장(USMCA)과 유럽 공급망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미국 대선 이후의 경기부양책 활용 등에 대한 민관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대한상공회의소, 법무법인 태평양 외에도 정부, 학계, 업계, 연구기관 등에서 전문가 14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