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옵션만기일을 맞이하는 국내증시는 만기 물량 청산 부담과 관련해 당초 제한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으나 최근 주식시장의 매수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라 잔고 청산에 따른 물량 소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가 급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장세를 주도할만한 뚜렷한 매수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차익거래에 의한 매매 방향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움직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장 막판 동시호가 시점에 옵션연계 물량이 일시적으로 쏟아졌을 때 이를 받아줄 매수 주체가 없다면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일중 변동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장중 베이시스의 급격한 하락이 발생한다면 장 후반이 아닌 장중에도 만기 물량은 언제든지 쏟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수급 측면에서 장세를 살펴볼 경우 이러한 우려는 절대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베이시스 강세 기조로 급격하게 개선된 차익거래 환경은 대규모 차익거래 매수세 유입을 가져왔고 이러한 매수세를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매수주체는 부재한 것으로 전날 주식시장을 통해 재차 확인됐다. 따라서 물량 소화 부담 우려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시장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감이 옵션만기일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한편 코스피지수의 방향성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옵션만기일을 맞이하고 있어 조정 국면을 나타내는 국내증시의 박스권 상향 이탈 모멘텀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 집계된 일별 차익거래 잔고를 살펴보면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매수차익잔고는 7조5861억원을 기록, 전날(12일) 42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점을 감안한다면 매수차익잔고는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했던 만기일 옵션연계 물량 규모가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날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과 함께 옵션연계 물량이 추가적으로 설정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매수차익잔고가 지난 9월초(9조5000억원)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달 31일 6조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이 금액이 11월들어 무려 1조원 이상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이 기간 설정된 매물 출회 가능성 역시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 현재 시기적으로 수급여건 개선을 이끌어낼 마땅한 주체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옵션연계 물량이 출회될 경우 시장으로 부터 적극적인 매수세 유입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청산 물량을 얼마나 소화하느냐에 따라 지수 하락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문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기금을 중심으로 비차익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지만 전날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신규 설정된 매물까지 고려한다면 연기금이 이들 물량 전부를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하지만 연기금의 매수세는 재차 약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외국계 보유 규모가 줄어들면서 비차익을 통한 만기일 매물 방어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 역시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만 지난달 지수 급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아진 배당매력이 기관의 비차익 매수세 유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은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장지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11월 옵션 만기일 이후부터는 연말 배당 관련 차익거래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매수차익 잔고중 일정 부분은 다음 만기일로 이월될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고 최근 양호한 베이시스 흐름을 고려시 만기 관련 매물이 축소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