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GM 임단협 과정에서 사용자 측과 갈등을 빚고 노동조합을 애둘러 비판했다.
이 회장은 28일 연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노사 간의 신뢰가 저해되면 구조조정 작업은 어렵다”라며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움직이기로 했으면 일심동체로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관행적으로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한국GM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사측과 합의하지 못하면서 파업권을 확보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그간 영업손실을 낸 한국GM의 경영정상화가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회장은 정확한 회사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회사의 노조는 사측 및 채권단과의 합의 사항을 실행하지 않거나 현재의 정세를 활용해 악용하고 있다”며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조직 구성원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노조의 행태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이 회장은 그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들어 설명했다. 우선 임단협의 협상 기간이 짧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외국은 임단협 결과가 다년간 지속된 데 반해 우리나라는 1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상식적으로 매년 교섭이 이뤄지면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이 어렵고, 비용도 발생한다”라며 “임단협 협상 주기를 다년으로 늘려 3~6년 정도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하나는 호봉제를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호봉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수년간 적자인데도 연공서열에 따라 거액의 연봉을 받는 직원이 많다. 이들이 구조조정에 가장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들은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경영정상화를 늦추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조정의 희생을 개인에게만 묻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사회 전체가 고통을 분담할 수 있어야 부실화된 기업이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우리 모두 국가 전체에 공동분담해 어려움을 덜어주는 경쟁체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 만화 발간 축하연에 참석해 한 건배사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저희는 ‘나의 인생 국민에게’라는 이 전 대표와 한마음으로 좋은 나라, 위대한 나라, 일류국가를 만든다는 데 합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건배사로 ‘가자 20년, 대한민국 1등 국가’를 제안했다. 이 발언을 두고 국책은행 수장으로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는 “특별한 법률조항은 없지만,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정책금융을 실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3대 원칙에 입각해서 공적 목적으로 정책금융을 실행해 나가겠다. 해이했고 실수였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