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이원중(82·가명) 할아버지는 ‘할 수 없이’ 폐지 줍기를 하면서도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 할아버지는 “힘들어 쉬고 싶어도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 (폐지 수거를) 할 수밖에 없다”며 “3년 전까지만 해도 100원 이상 쳐주는 데가 많았는데 점점 값이 떨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2017년 말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이 폐지 단가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물상이 중간가공업체에 보내는 폐골판지의 평균 가격은 2017년 130원에서 2019년엔 75원으로 낮아지더니 올해 60원대로 폭락했다. 불똥은 폐지 수거 노인에게 튀었다. 공급 과잉으로 같은 무게의 폐지가 3년 전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영세 고물상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영등포구의 한 고물상 주인은 “노인들이 폐지를 가져오면 품목·지역별로 폐지를 분류하는 대형 수집업체에 판매하고 이를 매입한 압축업체가 다시 제지회사에 납품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폐지 가격 변동성에 취약하다. 그는 “앞으로 한 달 후엔 폐지가 길거리에 나뒹굴 것”이라며 “제지회사들이 매입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같은 영세 고물상이나 노인분은 팍팍해진다”고 푸념했다. 최종 구매자인 제지회사를 상대로 가격 협상을 제안하기에 생산자인 노인은 ‘힘’이 없다.
힘없는’ 노인들을 위한 자활 근로 사업도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일자리 센터는 이 사업을 중단하는 등 한계에 부딪혔다. 간병 서비스와 학교 청소, 단순 포장 업무 등 파견 형태의 노동집약적 근로가 대다수인 탓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노인 가구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성북구에 사는 김민재(36) 씨는 “아버지가 노인 일자리에 참여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업이 중단되자 서울형 긴급복지지원 안내를 받았다”며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85%보다 많아 지원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자리 사업 중단으로 쉬고 있는 노인도 기존 정부 지원 혜택 가구로 본 탓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질적 문제도 제기됐다. 김 씨는 “아버지 지인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건물 청소를 했는데 독한 락스를 묻혀 닦는 데도 안전 도구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마스크만 쓰고 일했다고 하시는데 연약한 노인분들이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개시되더라도 질 나쁜 일자리만 양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대부분 노인은 적은 급여에도 언제 ‘잘릴지’ 모를 고용 현실에 노심초사했다. 3월부터 건물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강영수(75) 할머니는 “처음에는 서로 배려하고 잘 지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한 사람씩 정리되는 분위기”라며 “그다음은 내가 될까 봐 두렵다”고 걱정했다. 빌라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만수(62세) 씨는 “120만 원 정도 받는 월급을 코로나 상황에서 높여 달라는 것은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주민 ‘갑질’은 견디면 될 일이다. 나같이 비교적 젊은 노인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