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이 부회장이 17% 이상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 이후 첫날 삼성물산과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와 연관성 있는 삼성그룹주들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26일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 대비 1만4000원(13.46%) 오른 11만8000원에 마감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장중 한때 21.15%까지 치솟았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기관으로 1026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937억 원어치 순매도했고, 개인은 34억 원, 순매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5% 이상 직접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에스디에스의 하루 동안 상승한 지분 가치는 약 55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단일주주는 삼성생명으로 두고, 삼성생명은 고 이건희 회장(20.76%·이하 6월 말 기준)과 삼성물산(19.34%)이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지분율 17.33%)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5.01%)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상속과 그룹 승계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의 직접 지분 4.18%와 삼성물산의 5.01%, 삼성생명 8.51%의 지분을 중심으로 삼성가와 계열회사 등이 총 21.2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공단이 11.10%, 블랙록자산운용그룹 5.03% 등이며, 소액주주는 61.81%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 이건희 회장 보유지분에 대한 상속세 대부분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상속에서 발생해 상속되는 삼성전자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지배구조변화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면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변수로 예상되는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생명(+3.80%), KCC(+3.51%·삼성물산 주요주주), 삼성에스디에스(+5.51%), 삼성전자(+0.33%) 등의 등락을 보였다.
특히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배당이 예상되면서 삼성물산 우선주와 삼성생명이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신라 우선주가 장 시작과 동시에 가격 제한 폭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다소 그룹 재편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삼성SDI(-1.65%), 삼성바이오로직스(-0.94%), 삼성화재(-1.02%)등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당분간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 보유 계열사 지분 18조2000억 원에 대한 상속세 부담은 10조6000억 원으로 예상된다”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은 배당수입과 삼성그룹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