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전세난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19일 전세대책을 내놓는다. 뾰족한 묘수가 없다던 정부가 매물로 나온 호텔까지 동원하며 주택 공급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에 나섰지만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논란이 거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할 전세대책에는 민간이 짓고 있는 다가구·다세대주택에 대해 약정을 맺고 준공이 되면 이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 상가·사무실 등 비주거용 건물을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호텔 객실을 개조해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전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하루 이틀 내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토지공사(SH)가 매입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 전월세 물량으로 활용하거나 오피스텔이나 상가건물을 전월세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을 활용한 공급 방안에 대해선 "주거용으로 바꿔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국 매입임대 공실 4000가구 넘어
이번 공급안은 양적 확보와 함께 공급 속도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번질대로 번진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선 즉각적인 공급이 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만 한 집이냐다. 현재까지 나온 대책 내용으로 봐서는 전세 품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의 전세난을 적기에 해소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호텔이 대표적이다. 호텔은 취사가 불가능하고 사실상 1인 가구 생활에 적합하다. 취사는 개조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고 해도 원룸 형태인 호텔 객실은 2인 이상의 가구가 주거용으로 활용할 만한 구조나 면적은 아니다. 결국 수요자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앞서 서울시는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올해 1월 238가구를 공급한 바 있다. 민간업체가 매입해 수리를 한 뒤 공급한 이 호텔은 대부분 1인실 혹은 신혼부부용이다. 세탁도 공용세탁실을 해결해야 한다.
공장 역시 인·허가와 리모델링만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통상적인 공장의 위치를 감안할 때 편의시설, 교육시설 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수요자들이 교통과 교육환경이 좋은 곳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양적 확보를 한다고 해도 이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아파트나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통한 매입임대는 계약과 소유권 이전까지 3~4개월은 걸리겠지만 그나마 이 방법이 빠를 것"이라면서 "호텔ㆍ상가ㆍ오피스ㆍ공장 등은 인·허가 기간만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데다 리모델링 기간까지 합하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려 사실상 단기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신혼부부 등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가구·다세대주택을 활용한 임대 공급을 확충했지만 공실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방치된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은 4000여 가구다. 이는 2017년 1822가구 이후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장에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엔 뾰족한 수가 사실상 없어 정부가 애를 먹을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거 여건이 열악한 공장이나 오피스, 1인 가구에나 적합한 호텔 등은 이번 전세대책엔 적합하지 않은 '숫자 부풀리기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온라인 카페에선 이번 정책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쇄도한다. "공장과 호텔을 동원한 건 코미디"라는 조롱섞인 발언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 교수는 "정부가 내놓을 전세대책은 탁상행정과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며 "일단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하다 보니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쥐어짜기 식의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