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던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의 불법 텔레마케팅(TM) 영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또 당국이 단순히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업자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가입자 모집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 업체의 대리점들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통해 경쟁사 상품 가입자들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 가입 전환을 권유하는 등 불법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초고속인터넷 업계가 영업을 재개한지 2개월여만에 다시 불법 영업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리점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얻은 고객정보가 아닌 유출된 개인정보 리스트를 통해 가입자의 계약 및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해당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약금과 함께 현금사은품을 주겠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씨는 이어 "어떤 사업자와 언제 계약을 해 얼마나 서비스를 이용했는지를 알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태"라며 "본인이 제공하지 않은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법 TM 영업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영업정지 이후 TM 영업 대신 대면 영업을 강화했던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영업정지 기간 동안 빠져나간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실상 대리점의 불법영업을 방관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업자들은 영업 재개 이후 대리점들이 유치한 가입자들에 대해 가입 경로 등을 전혀 모니터링 하지 않고 있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하부 대리점들이 가입자를 모집해 본사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에게 수수료를 받고 가입자를 넘겨주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어떤 루트를 통해 가입자를 모집했는지 알 수 없다"며 "현재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영업 파트에서는 연말 인사고과 등 실적 관리를 위해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어 하부 대리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가입자를 유치했는지는 중요치 않다"며 "굳이 단속을 하겠다면 가입자 모집 경로 확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대리점들의 불법 TM 영업을 막기 위해 가입자 모집시 녹취나 대리점 인증제 등을 통해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영업정지 사건이 터진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고객정보를 이용해 불법영업을 일삼느냐'며 "부활하는 불법 TM 영업을 막기 위해 대리점의 가입자 모집행위를 단속하는 등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