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개미(개인 투자자) 등 주요 투자주체들이 상반된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반도체와 2차전지(배터리) 관련 종목들을 사들이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언택트와 바이오에 여전히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5조8914억 원을 순매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만 놓고보면 월별 기준으로 2013년 9월(7조6362억 원) 이후 7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액이 2조453억 원에 달한다. 순매수 2위인 LG화학(9801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많다. 3위는 SK하이닉스(8904억 원)이었고 다음은 삼성SDI(3173억 원)이 뒤를 이었다. 반도체와 2차 전지주가 주를 이룬 셈이다. 또한 카카오도 2101억 원 순매수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 4조6566억 원 팔아치웠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여이은 순매수세로 국내 증시를 끌어올렸는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처음으로 매도 우위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상반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2조526억 원), SK하이닉스(9929억 원), LG화학(8889억 원), 삼성SDI(3074억 원)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이는 종목을 가장 많이 내다팔고 DtEK.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언택트 수혜주로 꼽히는 네이버(NAVER)를 5776억 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고 배당수혜가 점쳐지는 삼성전자우(1918억 원)와 M&A 시장에 뛰어든 대한항공(1258억 원), 자회사 상장 기대감이 큰 SK텔레콤(993억 원) 등을 순매수하고 있다.
개별 종목이 아닌 상품 중에서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금액만 5847억 원으로, 금액만 놓고보면 네이버를 앞서는 수치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 지수를 2배로 역추종하는 인버스 ETF로, 보통 증시 하락이 예상될 때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종목 중 하나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증시 하락 시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 투자자들은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철저히 수익 추구에 나선 모습이다. 이달 들어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 1423억 원을 순매수했고 SK하이닉스(1240억 원), 포스코(1128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같 기관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만 20.95%로 14.09%에 머무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크게 앞선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외국인의 자금유입이 이어지고 있는데 과거 대선 이후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 관찰됐다는 점과 달러 약세 기조에 따른 신흥국 자산 선호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하면 국내 주식시장을 향한 외국인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코스피가 기술적으로 과열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리는 업종은 조정 시 비중 확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