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수출 증가를 전망하면서도,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구조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수출기업 801개사를 조사해 24일 발표한 ‘최근 수출기업의 환율 인식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1.3%가 내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간별로는 0~5%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31.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품목별 예상 평균 수출 증가율은 △석유제품(6.0%) △반도체(3.2%) △철강·비철금속(3.1%) 등에서 높게 나타났고, △섬유·의복 및 가죽제품(-1.9%) △선박(-2.4%)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이슈로 '코로나19 확산 세 지속'(42.9%)을 가장 먼저 꼽았고, 그다음으로 '환율 변동 심화(26.7%)'를 지적했다. 최근 환율이 11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자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기업의 내년 사업계획 환율은 평균 달러당 1140원으로 조사됐다. 수출 시 최적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1167원, 수출 시 손익분기점 환율은 1133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환율은 적정 환율, 사업계획 환율, 손익분기점 환율을 모두 밑돌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장기간 지속할 경우 기업들의 수익구조 악화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수출가격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에 부정적인 영향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 달러의 결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이 전체의 91.4%에 달해 대부분이 환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손익분기점 환율이 높게 나타나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환리스크에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손익분기점 환율이 각각 1133원과 1135원으로 대기업(1126원)보다 높음에도, 중소기업의 61.1%, 중견기업의 33.9%가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는 대기업은 8.9%에 불과했다.
환율이 10% 하락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업 대부분은 상품단가 조정이 불가하다고 답했고, 환율 하락 시 응답 기업 65% 이상은 "수출액이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강성은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 경기부양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최근 환율이 111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기업의 인식 제고와 함께 관련 지원책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