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중소기업 대상 사업의 예산 배분, 조정 등을 맡아야 하며 중소기업정책심의회도 국무총리 소속의 ‘중소기업위원회’로 격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중기연) 미래전략연구단장은 2일 열린 ‘중소기업 정책 총괄·조정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강훈식, 김경만, 이규민, 이동주, 이수진, 정태호 의원과 함께 중소기업 정책·사업의 체계적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8개 협·단체도 참석했다.
노 단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중소기업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 강화 방안을 내놨다. 중소기업 지원사업 수는 올해 기준 1754개로 최근 3년간 407개(30.2%) 증가했다. 지원 예산도 26조1000억 원 규모다.
이에 대해 노 단장은 “최근 3년간 중소기업 지원사업 수가 30.2%, 예산은 57.7% 늘어났지만 각 부처별로 사업을 진행해 중소기업의 혼란이 초래됐다”며 “또한 평가 및 협의 결과가 예산으로 연결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이행 강제력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노 단장은 중기부가 중소기업 관련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부 관장 사무에 ‘중소기업 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 내용을 명시하고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 중소기업 정책 총괄·조정기구인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중기부가 중소기업 지원사업 예산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맡는 방안도 제시했다.
노 단장은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부처별 지출한도를 설정하면 중기부가 예산 배분 및 조정안을 작성해야 한다”며 “또한 중소기업 지원사업 예산의 중장기 투자전략도 중기부가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중기부에 중소기업 정책과 사업 관련 주도권을 줘야 한단 의견이 이어졌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공공구매, 재도전, 금융지원, 수출지원 등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많은 부분이 타 부처와 연결돼 있다”며 “중기부의 정책 총괄 및 조정 기능이 강화되면 이런 정책들을 집행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예산정책 뿐만 아니라 비예산정책에 대해서도 협조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중소기업 정책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기부 출범 3년이 지났지만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가 만들어졌다고 하긴 어렵다”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개발(R&D) 관련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책자금 일부는 기재부나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어 혼란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기부의 새로운 역할을 견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종 이노비즈협회 정책연구원 원장은 “최근 중소기업 정책은 디지털 전환, 융합산업 발달 등으로 다양화·다변화하고 있어 한 부처가 진행하기 어렵다”며 “그럴수록 컨트롤 타워가 정확히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중기부에 대해 △예산조정기능 강화 △사업 신설 시 중기부 사전 검토 의무화 △중소기업 사전규제영향평가 등 규제 심의시 역할 강화 등을 주문했다.
임채운 서강대학교 교수는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를 토로했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듯 중소기업 정책도 정부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정책이나 사업기능에 대한 조정 권한이 기재부에 있으니 매번 예산 심의때마다 ‘정책금융을 왜 은행이 아닌 중기부나 중진공이 하느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