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수출 둔화세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데다 내수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7일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데 이어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등도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내달 중순과 하순에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윤곽과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는 12월 중순 이후에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4일 '2009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했다. 이는 타 민간경제연구소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면 (수정 전망치가)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까지는 통계수치 자체가 불안정하고 외적 수치변동이 심해 예측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12월 하순 발표를 예정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을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고 내수 회복 속도도 더디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14일 연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으며, 3% 초반으로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향후 좀 더 각종 수치들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3% 초반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 3%대 조차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삼성경제연구소는 27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3.6%에서 0.4%p 내린 3.2%로 전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조체제 강화가 점차 효과를 발휘하며 금융 불안은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는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이처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것은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개도국의 경기 하강세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조용두 경제동향그룹장은 "수출실적이 큰폭으로 감소하고 있고,신흥개도국의 수출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실물경기 침체 영향을 벗어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소비 감소와 금융위기 등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난 27일 13개 경제연구기관장이 참여한 '국내외 실물경제·무역동향 점검 전망회의'에서 "바이어들의 잇따른 주문 취소가 발생하고 있어 향후 수출경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이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고 한국경제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예측했다.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금융위기로 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위기 상황만 어느 정도 진정된다면 우리의 실물경제 펀더멘털을 생각할 때 3%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당초 내년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상한다고 지식경제부에 중간보고했다가 0.3%p 낮춘 3.2%로 전망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도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이 보다 낮은 2%로 내년 성장률을 예측했다. 지금까지 나온 국내 경제연구소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