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휴일(토ㆍ일요일 제외)이 올해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해 재계가 별로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휴일이 늘면 생산성이 저하된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휴일이 과도하게 많다'는 주장까지 폈던 재계지만 사무실 유지비용이라도 아껴야 할만큼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2009년 공휴일은 신정, 설ㆍ추석연휴 등을 포함해 6일에 불과하다. 광복절과 현충일 등 국경일도 있지만 대부분 토요일이기 때문에 주5일근무제가 보편화된 현재 시점에서는 휴일로서의 의미가 퇴색된 상태다.
또한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과 각 사의 창립기념일 등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2009년 주중에 쉴 수 있는 날은 고작 일주일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통 휴일 수가 적으면 직장인들의 즐거움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휴일 수 감소는 경영자 입장에서 별로 달갑지 않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처럼 경기상황이 좋을 때는 휴일 수가 늘면 생산성이 떨어질까봐 고민이었지만 최근처럼 경기가 안좋을 때는 사무실 유지비용이라도 아끼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사ㆍ홍보ㆍ기획 등 경영지원 부서들은 근무 중 컴퓨터, 전화, 복사기 등 사무기기 및 실내조명 사용이 잦아 고정 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과거 같으면 이런 비용 지출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경기악화에 따른 짠돌이 경영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는 직접 생산 분야가 아닌 경영지원이나 서비스 부서에서 지속적이고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회사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대기업 직원 A씨는 “출근해서 똑같이 일하지만 경영지원부서라는 특성상 가시적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아 회사에 전기사용료 부담만 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 때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공휴일이나 휴가 등을 통해 사무실 운영을 잠시 쉬는 것이 직원들이 출근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직원들에게 장기휴무를 실시하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최근 힘든 시기를 맞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GM대우와 쌍용차가 공장 가동중단에 따라 직원들의 장기휴무를 실시된다.
GM대우의 경우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열흘 가량 전 직원이 집단휴가에 들어가며 쌍용차도 사무직 직원에게 급여의 70%를 지급하는 ‘안식월’을 실시한다.
삼성전자도 오는 25일 성탄절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열흘간 장기휴무에 돌입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도 매년 1월 2일 실시하던 시무식을 내년에는 1월5일 열기로 해 직원들은 연말연시에 때 아닌 4박5일 휴가를 얻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직원도 쉬고 사무실도 쉬는 것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효과적인 선택”이라며 “연말연시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고 업무에 복귀해 생산성 향상을 이룬다면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직원은 "이같은 장기휴무가 경영실적 호조에 따른 보상 차원이 아니라 경영상의 어려움에 따른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점에서 직원들이 이번 휴가를 진정한 '휴가(休家)’로 느끼기는 어려울 듯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