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단체장들이 2021년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기업을 옥죄는 현실을 규탄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경제단체장의 신년사는 통상 희망찬 새해 메시지와 한국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내년 신년사에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미래에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한 호소가 담겼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새해는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후유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명히 구분해서 새해는 물론 2022년 이후에도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경제·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선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기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도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조언과 격려를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회장은 “최근 ‘산업 안전’과 ‘집단소송제’, ‘2050년 탄소 중립’ 관련 법안과 정책 논의가 활발하다”라며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수용 가능한 대안과 실천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 주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정치권의 기업 규제 법안 공세에 우려를 표했다. 손 회장은 “올해 상법,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기업을 제약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입법화됐다”면서 “내년엔 민간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애가 되는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기업 세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에 대해서도 후속적인 보완 입법을 강구해 기업들이 최소한의 대응 여력이라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집단소송 도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추가적 규제 입법도 산업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역시 내년이 우리 경제의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통탄했다. 그는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앞서가는 수많은 해외기업과 기술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허 회장은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거두고 더 많은 기업인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시장에서 맘껏 뛸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며 “국제표준에 맞는 기업 환경은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기업 규제에 초점을 맞춘 정치권에 신랄한 비판을 던졌다. 그는 “귀책사유와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업을 처벌한다면, 그릇된 정치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 어느 부문에도 특권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강 회장은 “지난 일 년, 문턱이 닳도록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녔고 백발의 경제인들이 함께 허리를 숙였다”면서 “(그러나)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업규제 3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하고, 거명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모든 기업인을 아예 잠재적 범죄자로 설정해 죄를 묻겠다고 한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경제의 몰락에 대해 정치는 어떤 책임 의식을 가졌는지 가히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 회장은 “기업은 멈추면 죽는다”면서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은 권력도, 정치도, 언론도,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모두의 것이며 그 어떤 오기와 독선, 몰지각도 이것을 넘을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한편,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수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경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비대면 경제가 보편화하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국경을 초월하는 협업이 일상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무역환경의 변화와 리스크 요인을 분석하고 유망 신산업과 전략시장에 관한 연구를 통해 한국 무역의 미래 성장전략을 제시하겠다"며 "미국 신정부 출범에 발맞춰 민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시장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