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을 대상으로 재산세를 감경하겠다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0일 서울시가 서초구를 상대로 낸 '서초구 구세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집행정지 사건 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 조치는 본안 사건인 조례 개정안 무효 확인 청구 사건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중지된다. 서초구가 진행하고 있는 관련 절차도 멈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집행정지 신청의 인용 요건을 일단 충족한다고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집행정지 신청 요건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발생을 피하기 위한 긴급성 △본안 청구의 승소 가능성 등이다.
서초구의 실험은 자치구 최초로 시행되는 만큼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서 '부자'들의 재산세를 깎아주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에 논란도 컸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재산세 감경'으로 그간 각을 세웠다. 서초구의회가 9월 25일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의 2020년도분 재산세 중 자치구 몫의 50%(재산세 총액 기준 25%)를 감경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의결했고, 서초구는 10월 23일 이 조례를 공포했다.
당시 서초구는 정부의 공시가격 조정으로 재산세율이 급격히 높아져 투기와 관련 없는 1주택 소유자의 고통이 커졌다며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근거는 지방세법 111조 3항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長)은 특별한 재정수요나 재해 등의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준세율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서초구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해 발생'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지방세법에 없는 과세표준 구간을 만드는 일인 동시에 나머지 24개 자치구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구세 조례는 자치입법권의 남용으로, 경제적 약자인 무주택자의 상대적 상실감, 주택 가액에 따른 세부담의 차별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대법원이 이날 서울시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서초구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서초구는 28일 재산세감면신청서 등의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발송했다. 다음 달 7일부터 재산세 환급 접수 접수를 시작하고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심사 약 2주 후에는 재산세를 환급할 예정이었지만 대법원의 결정으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서초구 관계자는 "조 구청장이 곧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