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직 ‘애플카’가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분명히 현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영향력은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현대차와의 협업 관측까지 나오자 이 차량에 어떠한 배터리가 적용될 것인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의 자동차 개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배터리의 경우 셀의 용량은 키우고 파우치와 모듈을 없애는 대신 활성 물질을 더 넣는 ‘모노셀’ 디자인이 적용된 자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정도만 알려졌다.
시장에선 애플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리튬티탄산화물(LTO)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을 채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애플의 배터리 후보군 중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배터리 형태는 LFP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다른 배터리에 비해 과열될 가능성이 작고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LFP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FP 배터리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주행거리를 개선할 수 있다는 애플의 예고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모노셀 디자인이 단위 셀의 부피를 확대하는 개념이 아니라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CATL의 CTP(Cell to Pack)이나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처럼 모듈 구성을 제외한 형태를 의미한다면, 이를 배터리의 혁신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LTO 배터리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애플이 도시바의 SCiB(Super Charge ion Battery) LTO 배터리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도시바의 SCiB LTO 배터리는 양극재로 삼원계를, 음극재로 티탄산염(Titanate)을 채택한다. 수명과 고속 충전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에너지 밀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배터리 업계에선 애플이 모바일 사업처럼 고가의 전략을 택해 배터리 비용을 무시하지 않는 한 LTO 배터리를 택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로 언급되는 전고체 배터리도 애플의 후보군으로 꼽힌다.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의 긴밀한 협력사인 대만의 폭스콘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어 이 같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MIH EV 오픈 플랫폼을 공개하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 상용화 시점을 2024년으로 언급한 바 있다.
장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폭스콘’의 관계가 ‘폭스콘-전고체 배터리 개발’ 뉴스와 맞물려 ‘애플-전고체 배터리’가 아니냐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에선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의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완성차 OEM이 확대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각형 등 다양한 배터리 채택설이 나오곤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 어떤 영향이 미칠지 알 수 없다”라면서도 “애플이 시장에 진입한 만큼 영향이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애플이 모바일 사업처럼 전기차의 주요 부품을 직접 제조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주력 배터리 생산은 기존 배터리 업체들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현대차와의 협업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배터리 분야에서 현대차와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애플이 LFP를 주력 배터리로 선택한다면 국내 배터리 기업은 LFP 생태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애플 디스카운트’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