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5일 전해진 것과 관련 증권업계는 이미 지난 주총때 예견됐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난달 14일에 있었던 합병 주총 당시부터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측은 기관투자자 보유지분 중 의결권 행사 공시를 통해 합병 반대의사를 밝힌 지분율이 각각 8.8%와 5.5%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한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 결정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청구 기간이 전일 마감, 행사금액 총액은 16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합병 무산과 관련, 양사가 저마다 합병에 주저했던 이유도 따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LG이노텍은 합병 결정 당시부터 양사의 매수청구권 총액이 500억원을 상회할 경우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이미 시장에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LG이노텍측은 그래도 최대 1000억원을 넘지 않는 가격 수준에서 합병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합병 비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기에 유동성 문제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판단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한편, LG마이크론측의 경우 매킨지에 의뢰한 사업 강화 방안 컨설팅 결과가 이같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LG마이크론은 최근 매킨지의 PCB 사업 강화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 매킨지로부터 내년도 대규모 설비 투자를 자제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마이크론측 역시 내년도 IT 시장 전망이 상당히 어둡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지라 당장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았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 역시 합병에 따른 유동성 위험을 보다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는 이처럼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실물경기 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 우려라는 사유가 결국 합병을 무산시켰다고 판단하면서도 현재의 경기침체기가 지나고 나면 합병은 언제든 재차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제품군이 중복되지 않는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글로벌 부품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은 분명할뿐만 아니라 양사가 모두 LG그룹 내의 계열사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준비 과정에서 펀더멘털을 손상시킬 만한 별다른 요소가 없었지만 양사의 합병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매수세가 유입됐던 주식 물량이 소화되는 과정이 일정기간 불가피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이날 합병 무산에 대한 실망 매물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다만 합병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판단되고 합병 준비 과정에서 펀더멘털을 손상시킬 만한 요소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 무산에 따른 주가 하락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성호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합병 무산으로 예상치를 상회하는 매수청구권 대금 지급으로 인한 대량 현금 지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가 하락 기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