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이자 중단” 법 발의 시사
빚투·영끌 차단 총력전 나선 당국
금리 인상·원금 분할상환 등 추진
은행 “서로 딴소리… 과도한 간섭”
금융권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계층의 대출 이자를 감면하고, 상환을 유예하도록 하는 이른바 ‘이자 멈춤법’이란 여당의 제안을 놓고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 공동 분담이라는 취지는 수긍할 만하나, 주 수식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얻는 수익)에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는 반응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이자를 올려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겠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엇박자라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는 대표적인 업종이 금융업”이라면서 “(은행에 이자를 갚는 건물 임대인들에게)은행권도 이자를 좀 낮춰주거나 불가피한 경우에는 임대료처럼 은행이 이자를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필요하면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 발의도 시사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 일환으로 은행에 대출이자 인하와 감면을 압박할 수 있는 발언 발언인 만큼 금융권은 즉각 반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중단과 제한은 자본주의와 금융시장을 흔드는 반시장적 발상”이라며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요구해 놓고선 은행 이자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금융권에 희생을 강요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2월 16일 시중은행 간부들과의 대화에서 “예대 금리 완화에 마음을 써 달라”며 예금과 대출금리 격차 축소를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당의 압박과 별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시중은행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분기 ‘영끌·빚투’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은행권 대출총량 관리에 나섰다. 은행권은 연말 신용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등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연초 신용대출 중단이 풀리면서 대출 수요가 폭증하자 급기야 원금 분할 상황까지 추진하는 등 은행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 분할 상환 의무화 방침을 골자로 하는 ‘2021년 업무계획’에서 1분기 중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통 신용대출을 받을 때 매달 이자만 내고 원금은 만기에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고액에 한해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방식(원리금 균등 상환)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신용대출 1억 원을 연 3%, 5년 만기로 빌렸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만기 일시 상환 방식으론 매달 이자 25만 원만 내고(매년 300만 원), 만기에 원금 1억 원을 갚으면 된다. 그러나 원리금 균등 상환을 한다면 매달 18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매달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 놓고 보면155만 원 늘어어나는 셈이다. 금융위는 오는 3월 적용 금액과 상환 방식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방법은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인데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차라리 금융당국이 이자를 낮추면서 대출 규모 축소를 하는 정책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