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이날 1000포인트를 찍으며 본격적인 ‘천스닥’ 시대를 코앞에 두게됐다.
전날인 25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7% 상승한 999.30으로 마감했다. 2000년대 ‘닷컴 돌풍’ 이후 코스닥 시장에 ‘제2 전성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바이오 업종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어 일부에선 거품 논란도 제기된다.
◇20년 전 닷컴버블 연상케 하는 ‘바이오 거품’ 논란=1999년 8월 공모가 2300원으로 상장한 새롬기술은 이듬해 2월 28만원을 넘었다. 수익률 1만2000%의 신화를 썼던 새롬기술 주가는 그해 연말 5000원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1996년 7월 1일 100포인트로 첫발을 뗀 코스닥시장. 새롬기술은 ‘닷컴버블’을 얘기할 때 꼬리표처럼 회자된다. 코스닥은 2000년 3월 10일 2834.40을 찍기도 했다.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코스닥지수는 긴 침체기에 빠졌다. 2004년 지수가 40포인트까지 떨어지자 첫 시작점이었던 100포인트를 1000포인트로 재산정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최저치인 261.19까지 추락했었다. 20년간 ‘빙하기’를 거쳤다.
긴 침체기의 터널에서 코스닥시장은 탈·불법, 자본 먹튀 등 스캔들로 얼룰졌다. 덕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각종 스캔들이 발생하는 불투명한 시장이며, 만년 이류시장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엔씨소프트, 아시아나항공, 교보증권, 셀트리온, 네이버,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이 이런 이유로 코스닥을 떠났다. 성공해서 규모가 커지면 코스닥을 등진 것이다. 창고에서 시작해 나스닥시장에서 인정받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여전히 나스닥에 남아있다. 나스닥이 혁신의 상징이라면 코스닥에는 뭔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코스닥 시장이 천스닥 신화를 창조했지만, ‘거품’ 논란도 함께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바이오·제약 쏠림 현상이다. 현재 바이오·제약 업종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이른바 ‘셀트리온 2형제’와 에이치엘비·씨젠·알테오젠 등 바이오 의존도가 심각하다. 900포인트를 찍은 12월 3일(종가 기준 907.61P) 이후 코스닥지수 상승률(10.10%)에서 시총 10위 종목의 기여수익률을 빼면 상승률이 2%에 그친다.
경제현상에 대해 나름 냉철한 분석을 내놓기로 정평이 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주식시장 ‘거품’과 관련한 흥미로운 칼럼을 실었다. 이 매체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이익 추정이 불확실한 만큼 버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들을 잘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가격 △직접투자 열풍△기술기업의 대거 주식시장 상장 등 세가지 현상에 주목했다.
대우증권 사장 출신의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인터넷 매체(삼프로TV)에 나와 이런 말을 남겼다. “역사상 부채가 가장 많은 상태에서, 역사상 금리가 가장 낮은 상태에서, 역사상 돈이 가장 많이 풀린 상태에서, 그리고 글로벌 질서가 무너진 상태에서, 새로운 기술이 막 나오는 이런 고차방정식을 푼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 한가지 우려하는 것은 쏠림현상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에 투자할 때도 몇몇개만 하는 게 맞긴 한데 쏠림현상이 시간적으로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 20년 만에 버블 오명 떨쳐낼까=“최근 시장이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싶은 게 사실이다. ‘나만 주식투자 안 하나’ 조급증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일제히 주식시장에 몰려드는 것 같다” 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로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 바 빚투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는 21조 794 억원으로 연초 대비 1조7300억 원 가량 늘어났다.이중 유가증권이 10조9779억 원을 코스닥시장이 10조1016억 원을 차지했다.5대 시중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 역시 올들어 3주 새 6766억 원(작년 12월31일 46조5310억 원→ 지난 21일 47조2076억 원) 불었다. 이중 상당액은 증시로 유입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색안경을 끼고 코스닥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분석한다. 단순히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사실 만으로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나름 검증됐다는 평가다. 실제 닷컴버블 당시(2000년 9월 15일 기준) 시총 1위는 국내 휴대폰 시장 태동기 급성장했던 이동통신사 한통프리텔이 차지했다. 한통엠닷컴(3위) 하나로통신(4위) 다음(7위) 새롬기술(8위) 등 IT 업체들도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셀트리온 계열사 등과 같은 검증된 바이오업체나 게임 업체가 포진해 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백신이 만들어내는 정상화는 대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소형주로 성장의 온기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소형주의 강세는 20년 만에 코스닥 지수 1000포인트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