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28일 공수처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3(위헌)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해 5월 공수처가 헌법상 검사에게만 보장된 수사·기소권, 영장청구권을 가져 권력분립원칙, 삼권분립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옛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도 지난해 2월 같은 내용으로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헌재는 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해왔다. 청구인과 법무부, 국무조정실 등으로부터 의견서를 제출받아 헌법에 어긋나는 점이 있는지 살폈다.
헌재는 이들이 공수처 설치, 수사처 검사 등을 규정한 공수처법 조항에 대해 청구한 부분은 적법하다고 보고 심리를 거쳐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공수처의 법적 지위에 대해 “법률로써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며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설치단계에서부터 공수처법이라는 입법을 통해 도입됐으므로 국회가 법률의 개폐를 통해 통제권을 가지고 수사처 구성에 입법, 행정, 사법 등 다양한 기관이 권한을 나눠 가지므로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축소 수사나 표적 수사에 대한 우려도 “뒷받침할 객관적·실증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기존 형사소송절차와 차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를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헌재는 헌법상 영장신청권자가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공수처 검사도 헌법상 검사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봤다.
헌재는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검사로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수사단계에서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고위공직자의 직무상 부패범죄에 대해 공정한 수사권, 공소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이의가 없다”면서도 “입법목적을 감안하더라도 권력분립원칙,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검사가 가진 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정 각부에 소속되지 않은 공수처에 부여한 점과 사건을 공수처에 일방적으로 이첩을 요청할 권리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도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선애 재판관은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은 공권력 작용과 현재 관련이 있어야 하며 장래 어느 때인가 관련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족하지 않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