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과열의 뒤끝] 코스피 3000선 붕괴...“단기 조정일뿐 하락장은 아니야”

입력 2021-01-31 10:06 수정 2021-01-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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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9일 3000선을 내줬다. 지난 7일 3000선 고지에 처음 올라선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연말연초 증시 과열 부담에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으로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다. 최근 ‘게임스톱’ 여파에 시장금리 부담까지 변동성도 커졌다. 전문가는 증시 과열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단기 조정에 들어갔을 뿐 하락장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팔자’...글로벌 헤지펀드 투심 위축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92.84포인트(3.03%) 급락한 2976.21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지수가 내리면서 낙폭 역시 지난해 8월 20일(3.66%)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외국인은 1조4274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이 1조7701억 원어치 사들이면서 방어했지만 기관도 순매도(약 3300억 원)하면서 지수 하락에 가담했다.

외국인이 연일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간 팔아치운 규모만 약 5조7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의 매도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이후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린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차익 실현과 백신 접종 지연 등을 이유로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다.

게임스톱발 공매도 후폭풍에 손실은 입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트폴리오 우선순위가 낮은 신흥국을 포함해 리스크 있는 지역부터 자금 회수에 나선다는 관측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증시는 실적보다 유동성으로 끌어올린 영향이 컸는데, 최근 게임스톱 이슈로 글로벌 증시 수급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공매도 여파를 맞은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매수해 되갚아야 하는 숏 스퀴즈(short squeeze)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선순위가 낮은 이머지 시장 중심으로 한 헤지펀드들의 자금 회수 움직임도 감지된다”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 중심으로 한 수급 상황이 세계 시장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이제 시장이 기다리는 소식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이라며 “경기 부양책이 긍정적으로 통과ㆍ집행돼야 시장도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연시 상승 랠리에 ‘숨 고르기’ 진입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과열 우려가 커진 만큼 단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가 급락 마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들어서만 3.58%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0.83%,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80% 오른 수준에 그친다. 지난 연말부터 국내 증시가 빠르게 오른 만큼 낙폭도 크다는 평가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처장은 “연말·연초 증시 상승세가 기본적으로 매우 빨랐다”며 “최근 두 달간 주가가 약 40% 뛰는 경우가 있듯 사실 지속 가능하지 못한 속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 조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번 조정은 주가 과열에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욕구가 더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3개월 월평균 수익률이 10%가 넘어가면서 위험자산에 투심이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기 어려우니 단기 조정 과정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현재는 조정장으로 시장 방향성에 대한 의문은 아니라고 본다. 기간 조정에선 일시적 변동성을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괴리감 커져

단기간 지수가 급등하면서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괴리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유동성으로 증시를 끌어올리다 보니 시장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선행)은 14.9배를 나타낸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3.7배였던 것을 고려하면, 기업 실적보다 주가가 더 빠르게 오른 셈이다. PER은 기업들의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PER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를 높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글로벌 자산시장은 정책, 유동성, 경기회복 기대감 등을 미리 반영하면서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FOMC 회의 직후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단기 경기둔화 우려감 표명, 테슬라 등 빅테크 일부 종목의 실적 부진 등 소식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시장 기대와 현실 사이 괴리 축소 국면이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실적발표 기간이지만 실적 개선과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은 최근 3개월간 지수 상승에 선반영되면서 이제는 모멘텀 소멸 국면에 진입했다”며 “최근에는 미 연준의 추가적 유동성 공급 정책 실행 가능성이 희박해지다 보니 유동성 장세가 변동성 확대 구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대내외 증시 여건도 변동성 키워…“우상향 추세는 유효”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하락세가 추세적 하향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유동성 회수 소식에 일각에선 금리 인상 우려도 제기하지만 속도 조정 변수에 그친다는 판단이다. 국내 경기 회복 전망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계획 기대감 역시 유효하다는 게 근거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는 FOMC와 기업 실적발표 기간이 맞물리면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됐다. 여기에 중국 단기금리도 오르면서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양호한 기업실적과 경기개선 기대감, 한국증시의 재평가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시장 하락은 중국 유동성 우려와 외국인ㆍ기관의 차익실현 물량 출회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주목할 점은 기업 이익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라며 “변동성 확대 우려가 있을 뿐 하락 반전을 할 만한 방향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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