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책] 3040 달래려 분양주택 늘리고 청약제도 손질...패닉바잉 잠재울까

입력 2021-0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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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주택 최대 80%까지...변수는 민간 사업지 '의지'

"3040 달래야"...분양주택 늘리고 청약제도 손질

정부가 25번째로 내놓은 공급대책에서 분양주택을 최대 80%까지 공급한다. 3040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 기회를 가질 수 있게 청약제도도 손질한다. 임대보다는 내 집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계속되는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공급 물량 대부분은 민간의 의지와 사업 속도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커 패닉바잉을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거 안정이 절실한 취약 계층에 돌아갈 주택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에서 61만 가구, 지방에서 22만 가구 등 총 83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선 분당신도시 3개 규모에 달하는 32만 가구가 쏟아진다.

이번 대책으로 공급되는 물량의 70~80%는 분양주택으로 나온다. 물량으로는 58만1000~66만4000가구에 달하는 규모다.

청약제도 역시 손본다. 현재 분양가 9억 원 이하 공공분양에서 전용 85㎡ 이하는 전체 물량의 85%가 특별공급으로 나와 일반공급은 15%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나오는 물량에서 85㎡ 이하 공공분양의 일반공급 비중을 15%에서 50%로 확대한다. 대부분의 물량이 민간 택지에서 나온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또 전용 85㎡ 이하 면적의 30%는 추첨제로 뽑는다. 현재 공공분양 아파트에서 전용 85㎡ 이하 일반공급은 100% 순차제가 적용된다. 순차제는 3년 이상 무주택자 중에서 저축 총액이 많은 신청자를 뽑는 방식이다.

시장에선 추첨 비중이 높아져 젊은층의 청약시장 진입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40 패닉바잉 달래기 효과?...민간사업지 '의지'가 변수

정부가 이처럼 분양주택을 대거 늘리고, 청약제도를 손질한 건 상대적으로 청약시장에서 소외돼 온 젊은층의 목소리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9만3784건) 중 3채 중 1채(33.5%, 3만1372건)는 30대가 사들였다. 전통적인 주력 구매층인 40~50대를 압도하는 수치다. 청약시장에서 밀려난 30대들이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주택 매입에 뛰어든 영향이다.

현 정부의 공급 대책이 대체로 공공임대에 집중돼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목소리는 반영했지만 패닉바잉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분양주택을 대거 늘린다고 해도 민간의 사업 참여가 저조하고 속도가 지지부진하면 당장의 패닉바잉을 막긴 쉽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업 인센티브로 민간공급의 자발적 동력을 키우고, 기존 공공임대 위주가 아닌 분양이나 공공자가주택 등으로 공급하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민간의 자발적인 공급의지에 따라 향후 주택 공급 총량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은 시장 안정 효과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83만 가구라는 강력한 규모도 중요하나 관건은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공급이 나올지, 즉 규모와 실행 속도"라며 "조합원이나 토지주들의 이해관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사업에 제동을 걸면 패닉바잉을 막긴 역부족일 수 있다"고 봤다.

◇정부, 분양주택 시장에 맡기고 취약계층 주거 집중해야

이같은 3040 달래기가 주거환경이 더 취약한 서민이나 취약계층의 주거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 공급대책은 규모는 의미있지만 규제 완화보다 인센티브를 통한 공급에 초점이 맞춰졌고, 정부가 공공성을 앞세워 개발에 나선다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분양주택은 정비사업을 활성화를 통해 공급하고,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건설에 주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공급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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