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해 그룹 매출 의존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완성차 업계 모두가 침체한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비(非)계열 고객을 확보하며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7억5800만 달러(약 1조9404억 원) 규모의 핵심 부품을 현대차ㆍ기아를 제외한 완성차 업체에서 수주했다. 애초 계획한 목표를 초과 달성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모비스의 역대 비계열 수주 실적은 2018년 16억5700만 달러, 2019년 17억5500만 달러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주 일정이 지연되고 일부 사업이 중단된 상황 속에서도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기술, 가격 경쟁력 강화로 신규 고객사를 발굴해 총 28조 달러 규모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출시에 맞춰 모터, 인버터, 배터리 시스템 등 전동화 주요 부품의 수주 역시 추진할 계획이다.
물류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PCTC)에서 비계열 매출 비중을 역대 최대치인 55%로 늘렸다. 매출 절반 이상을 현대차ㆍ기아가 아닌 완성차 회사에서 거둔 셈이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운 사업에 처음 진출한 2010년의 비중(12%)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의 비계열 매출 비중은 △2016년 40% △2017년 42% △2018년 44% 등 매년 증가세를 유지했다. 2019년에는 비계열 매출 비중이 52%까지 높아지며 처음으로 계열사 매출 비중을 앞서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가 폭스바겐그룹과 5년 장기 운송 계약을 맺은 점이 비계열 매출 증가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 그룹 내 모든 승용차 브랜드의 유럽발 중국 수출 물량 전체를 단독으로 운송하게 된다. 이 밖에도 현대글로비스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GM,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현대글로비스는 세계 2위의 자동차 운반선 보유 대수(86척)와 신규 도입한 대형 자동차선, 유럽 선사와 설립한 합작사 등의 경쟁력을 앞세워 비계열 고객사를 지속해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광고 전문 계열사 이노션도 지난해 매출의 약 30%를 그룹사 이외 고객으로부터 얻었다. 매출 총이익을 기준으로 2018년 20% 수준이던 비계열 매출 비중은 2019년 23%에 이어 지난해 29%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노션은 지난해 국내에서 쏘카, 보령제약, 카카오게임즈 등의 고객사를, 해외에서는 맥도날드, 3M, 퍼시픽라이프 등 대형 고객사를 새로 확보하며 그룹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계열사 입장에서 현대차를 비롯한 그룹사는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해주는 대형 고객이다. 하지만, 높은 그룹 의존도는 계열사에 단점도 된다.
계열사가 매출 대부분을 그룹사에서 얻으면 자칫 현대차의 매출이나 생산에 변수가 발생 시 고스란히 여파를 받게 된다. 그룹사 변수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며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투자자에게도 그룹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는 매력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비계열사 고객을 늘리는 건 단순히 매출을 높이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그룹 의존도를 낮춰야 안정적인 자체 성장을 이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외부 투자자에게도 더 탄탄하고 건강한 회사로 평가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