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서울상공회의소의 새 회장으로 선출돼 공식 취임했다. 서울상의는 지난 1일 최 회장을 단독 추대했다. 서울상의 회장이 관례상 겸하는 대한상의 회장으로도 3월 24일 선출될 예정이다.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건 처음이다. 함의(含意)가 작지 않고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도 크다.
최 회장은 “많은 참여로 경영환경과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의 짐, 그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대한상의는 경제단체들을 대표하는 위상을 갖는다. 그런 만큼 경제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높이면서 경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기업활동을 압박하고 기업가정신을 꺾는 규제만 쏟아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경제계는 깊은 무력감에 빠진 지 오래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데다, 코로나19의 충격까지 덮쳐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권은 끊임없는 반(反)기업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 여당이 강행한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더해 산업안전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등의 강화, 또 최근 들고 나온 이익공유제 등 셀 수 없는 규제로 기업 손발을 묶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쪽으로 치닫는다.
경제계의 입장과 의견은 아예 무시돼왔다. 전임 박용만 회장은 7년 8개월의 재임기간 수십 차례 국회를 찾아 과도한 규제의 완화를 절박하게 호소했다.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 같다” “제발 정치가 경제를 놓아 달라”며 울분을 토하고, 또 많은 대안을 제시했지만 공허한 외침이었다.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경제계의 신뢰는 조금도 없다.
신임 최 회장이 넘어야 할 최악의 여건들이다. 이들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경제단체들의 통합 논의도 나온다. 마침 한국무역협회가 24일 정기총회에서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출한다. 퇴직한 고위 관료의 몫이었던 자리를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이 되찾는 의미가 크다. 이를 계기로 경제단체 통합을 통해 경제계의 위상을 높이고,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교섭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나라 경제가 발전하려면 정치와 정부,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건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지금 가장 위험한 상황은 정치 리스크가 기업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기업가정신을 추락시키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경제를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기업이고, 기업가정신의 쇠락은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만든다. 기업자유를 억누르는 그릇된 정치 이념의 극복이 최 회장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