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개발을 주도한 SUV ‘XM3’가 출시 1년을 맞았다. XM3는 지난 1년간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확대를 이끈 핵심 차종이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겼다. 향후 수출 물량 생산이 회사의 실적 개선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중요한 임무를 책임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공식 출시된 XM3는 국내에서 연말까지 3만4091대가 판매되며 전체 르노삼성 내수의 35%를 차지했다.
XM3의 인기를 바탕으로 르노삼성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수요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개선된 판매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4.8% 증가했는데, 르노삼성은 이보다 높은 10% 성장을 거뒀다. XM3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던 실적이다.
출시 초기 XM3를 향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9일 만에 누적 출고 대수 1만 대를 돌파하며 르노삼성 역사상 최단 기간에 1만 대 넘게 팔렸다.
SUV와 세단의 매력을 결합한 쿠페형 디자인과 17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판매가격, 르노가 다임러와 함께 개발한 1.3리터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은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상품성과 가성비를 앞세워 20ㆍ30세대가 전체 구매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월 5000대를 넘던 XM3 판매량은 하반기에 접어들며 월 2000대 선으로 내려앉았다. 소형 SUV(B세그먼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며 신차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소형 SUV 시장에서는 현대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 한국지엠(GM) 트레일블레이저, 쌍용차 티볼리 등 완성차 5사가 모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XM3가 앞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평가한다. 처음과 같은 판매 실적을 회복해 내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동시에 수출까지도 책임져야 해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XM3는 경쟁력도 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 차종이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과 코로나19 등 변수로 인해 다소 아쉬운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라며 “회사의 경영 실적 회복에 핵심이 될 모델이 XM3인 만큼, 고객의 의견을 보완해서 초반의 흥행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 밝혔다.
현시점에 XM3는 수출 회복이 절실한 르노삼성에 유일한 대안이다. 3년 전만 해도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을 연간 10만대 이상 만들어 수출했다. 전체 수출의 8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은 물량이었는데, 지난해부터 이 물량의 생산이 끝나자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77% 급감했다.
르노삼성은 로그의 빈자리를 XM3로 채울 계획이다. 르노 본사가 유럽 수출 물량의 생산을 르노삼성에 맡기며 조건은 갖춰졌다. 아직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가 유럽에 공식 출시되지 않은 단계라 초도 물량만 선적되고 있는데, 향후 점진적으로 수출 실적도 회복될 전망이다.
지속적인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노사 관계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가 선결 과제다. 현재 르노삼성은 △전체 임원 수 40% 축소 △남은 임원 임금 20% 삭감 △모든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 중이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 및 공급 총괄 부회장은 지난달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산공장의 제조원가가 스페인의 두 배에 달한다. 경쟁력에 문제가 있고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모조스 부회장은 XM3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 △최고의 품질 △생산 비용 절감 △생산 납기 준수 등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할 것을 주문하며 “부산공장이 이행해야 하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XM3가 속한 B세그먼트는 가장 인기 있는 차급인데, 이는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르노 본사가 르노삼성에 가격 경쟁력과 품질 강화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