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 피해 수습과 사고 예방에 총력을 펼쳤다. 지난 10년간 투입된 예산만 37조 엔(약 388조 원)에 달한다. 단순 지진 피해를 넘어선 해일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미증유의 복합 재해가 일어나자 전례 없는 대규모 정책 사업을 펼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정부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부흥·복구 예산’으로 투입한 자금은 총 37조1294억 엔에 이른다. 이중 절반 가까이가 인프라 정비에 쓰였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결과물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재해민 거주시설인 ‘재해 공영 주택’은 지난해 말 3만 가구가 이주를 마무리했고, 택지 정비도 1만8000채분이 완공됐다. 국가 예산이 2조 엔가량이 투입된 도호쿠 대동맥 도로 정비사업은 올해 완공 예정이다. 아오모리와 후쿠시마를 잇는 이 도로는 자동차로 8시간 소요됐던 거리를 5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돼 이와테현의 가마이 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36배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방조제 등 해안 정비 사업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2021년이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인 만큼 해안 정비 사업에 속도를 내 올해 말까지 완공률을 7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10년간의 대규모 복구 사업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프라 정비 사업이 일부 피해 지역에만 집중돼 인프라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인구 감소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감안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정비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인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등 3개 현의 총생산액은 2017년 집계 기준 22조1000억 엔으로 동일본대지진 발생 직전 해인 2010년 대비 16.6%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전국의 증가율은 9.8%에 그쳤다. 문제는 국가 예산이 집중됐던 이들 지역이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는 지역이다 보니 인프라를 정비했지만 정작 수혜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급기야 재해 공영 주택이 완공됐지만, 입주민이 많지 않아 전체 입주가 마무리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프라 유지 비용을 걱정하는 시(市)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단위로 넓혀보면 예산 낭비는 훨씬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그간 발생했던 대규모 지진 중에서도 역대 최고 규모의 ‘부흥 예산’을 책정했다. 일본 정부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동일본 대지진 부흥 예산으로 책정한 자금은 총 40조 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부흥예산으로 37조1294억 엔이 책정됐는데 지난해에는 1조6974조 엔을 계상했고, 여기에 올해부터 5년간 1조6000억 엔의 예산을 추가하기로 했다. 총액으로 따지만 1995년 발생한 한신대지진 발생 당시 책정된 예산 규모(6조1000억 엔)의 6배가 넘는다. 하지만 실제 피해액은 10조 엔대였고,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일본 정부가 집계한 피해 규모는 16조~25조 엔대였다. 사이토 마코토 나고야대학 교수는 “지진 피해 범위를 실제 피해액 이상으로 책정해 지나치게 크게 예산을 상정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인구 감소 본격화로 국력이 저하하는 가운데 발생해 일본 정부가 부흥을 강요당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인구 감소에 따른 적절한 예산 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 피해의 상처를 완전히 씻으려면 단지 인프라 정비를 넘어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컴팩트한 마을 조성이나 재해를 당한 기업을 위한 산업 재생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지적에 최근 후쿠시마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활용과 로봇 개발 등 신산업 구축 프로젝트와 저출산 고령화 사회 문제를 감안한 소규모 마을 조성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