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카 박철완 상무가 자신이 제안한 내용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10일 박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낸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금호석유화학은 박철완이 제안한 의안을 26일 개최 예정인 2021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상무는 보통주식 1주당 배당금 1만1000원, 우선주식 1주당 배당금만 1만1100원으로 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은 박 상무가 최초 제안한 배당금 안에 정관에 맞지 않는다며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상정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했다. 회사 정관에 따르면 우선주의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의 주당 배당금보다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까지만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이에 박 상무는 지난달 22일 수정 주주제안을 다시 제출했다. 박 상무는 보통주에 대한 배당금 약 2736억 원(보통주 1주당 배당금 1만1000원), 우선주에 대한 배당금 약 334억 원(우선주 1주당 배당금 1만1050원)에 해당하는 배당금(총 3070억 원)을 반영한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총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는 상법 규정이 문제가 됐다. 회사가 주총에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박 상무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최초 주주제안 안건과 수정안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동일성이 유지되고 있고 수정 경위, 시간적 간격, 최초 안건과 변경 안건 차이의 정도를 종합하면 안건 수정도 비교적 단기간에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기에 소소주주권으로서의 주주제안권 취지를 함께 고려할 때 두 안건 사이에 동일성이 유지되고 있고 수정 안건은 최초 안건을 일부 보완한 것에 그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에게는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제반 사정에 비춰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되므로 수정 주주제안 안건의 상정과 관련 주주총회 소집통지, 공고를 구하는 신청은 이유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에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안건의 상정순서, 표결방법을 지정할 권한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선임에 관한 의안 상정 등 부분은 기각했다.
한편 박 상무는 지난 1월 경영진 교체, 배당 확대 등을 제안하며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박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형인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박 상무는 지난달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