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크래커] "공연은 생계인데"…기울어진 방역 지침에 두 번 우는 대중음악계

입력 2021-03-16 16:33 수정 2021-03-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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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뮤지컬, 한 칸 띄워 공연 가능
대중음악 '떼창' 이유로 공연 불가…형평성 논란
관련 업계 "장르 간 차별 풀어달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공연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역 수칙으로 인해 사실상 공연을 열지 못하는 대중음악계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공연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역 수칙으로 인해 사실상 공연을 열지 못하는 대중음악계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공연은 '생계'…장르 간 차별만큼은 철폐해 달라

팬데믹 이후 공연이 자취를 감춘 지금, 관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공연기획업과 공연장은 전년 대비 평균 매출이 18%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대중음악계는 사실상 공연을 열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뮤지컬과 클래식은 '동반자 외 한 칸 띄어 앉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면 공연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중음악 콘서트는 일반 행사로 분류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서 100인 이상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달 6일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 홀에서 첫 팬미팅을 열려 했으나 용산구청의 제재로 예정일 하루 전 공연이 취소됐다. 이달 18일부터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수 이소라의 콘서트 역시 무산됐다. 한데 지난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뮤지컬 공연은 별 탈 없이 진행됐다.

이러한 방역 수칙 때문에 사실상 대중음악 공연은 열리지 않고 있다. 만일 300석 이하 공연장에서 현행 지침에 따라 공연을 연다면 객석 가동률은 33% 정도로 공연을 할수록 더 손해다.

방역 당국은 대중음악 공연이 떼창 등을 하므로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말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장르 간 차별"이라고 말한다. 같은 무대 퍼포먼스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연극·클래식 등에 비해 훨씬 엄격한 기준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언택트' 공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대면 공연은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같은 대형 아이돌처럼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이익인데, 팬덤이 작은 중소 아티스트나 인디 음악계는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

▲공연기획사, 제작사 등 대중음악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1월 26일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 위원회)
▲공연기획사, 제작사 등 대중음악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1월 26일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 위원회)

대중음악 업계는 올해 1월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뮤지컬·클래식처럼 대중음악도 공연이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15일 간담회를 열고 관련 대책을 추가 논의했다. 이날 대형 기획사를 비롯해 음악 레이블, 프로덕션 등 40여 개 관련 업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비대위 위원을 맡은 인넥스트트렌드 고기호 이사는 "공연을 못 한 지 벌써 14개월째"라며 "대중음악 공연도 종류가 다양한데 소리와 함성을 지를 것이란 오해와 편견 때문에 다 같이 매도돼 공연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호 이사는 "우리도 시민의 안전과 방역을 생각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방역 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물 쇼'나 사람이 몰리는 스탠딩 공연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다만 공연은 생계이므로 장르 간 차별만큼은 철폐해달라"고 강조했다.

▲대중 음악 업계는 '언택트' 비대면 공연이 인프라 구축 및 기타 비용 때문에 수익 모델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중 음악 업계는 '언택트' 비대면 공연이 인프라 구축 및 기타 비용 때문에 수익 모델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울며 겨자 먹기로 대중음악계는 회사 라운지 등에서 공연을 열거나 하는 식으로 '초' 소규모의 공연을 열고 있다. 레이블 ‘해피로봇 레코드’와 ‘광합성’, 공연 주최사 '민트페이퍼를 운영하는 MPMG는 최근 회사 라운지에서 50인 이하 공연을 열고 있다.

한번 열 공연을 여러 번 나눠서 열다 보니 품이 많이 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공연 자체를 하는 건 다행인데, 300석짜리 공연을 1번 하던 걸 여러번 나눠하다 보니 업무량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대중음악이 불가하니 아예 장르를 바꿔 공연을 여는 일도 있다. 가수 폴킴은 이달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크로스 오버로 장르를 바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열었다.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은 공연 매출의 감소를 가져올 뿐 아니라, 음원 홍보 기회 박탈 등으로 인해 음악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은 공연 매출의 감소를 가져올 뿐 아니라, 음원 홍보 기회 박탈 등으로 인해 음악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소규모 라이브 클럽은 상황이 더 어렵다. 코로나 이후 음식점 내 무대 시설에서 공연 행위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음악계는 "홍대 소규모 공연장은 한국 대중음악의 근간"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앞다투어 공연 관련 방역 수칙을 개선해야 한다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13일 홍대 인근 라이브클럽을 찾아 "‘떼창’을 이유로 차별은 두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며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 역시 관련 현장을 찾아 정부의 방역 지침 개선을 요구했다.

고기호 이사는 "후보들이 관객으로서 우리 의견에 동의해주고 지지해주는 건 감사하다"면서도 "정치적으로 무슨 캠프와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건 장르 간 차별 철폐"라며 "지금 공연을 열어도 모든 공연이 다 잘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무조건 막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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