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전국 43만가구 대상 제외
세부담 상한선 낮췄지만 각종 부가세에 효과 '미미'
올해 주택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보유세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상향 타깃이 된 서울에선 정부가 약속한 중ㆍ저가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 조치가 생색에 그친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가운데 올해 공시가격이 6억 원 이상인 집은 약 111만 가구다. 69만 가구가 안 됐던 지난해보다 43만 가구가량 늘었다.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이 전체 공동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7.9%로 높아졌다. 서울에선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지난해 20.8%였던 6억 원 이상 공동주택 비중이 20.8%(52만 가구)에서 29.8%(75만 가구)로 커졌다.
정부가 고가주택으로 분류하는 9억 원 이상 주택 비중을 따져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전국 공동주택 중 공시가격이 9억 원 이상인 비율은 지난해 2.2%(31만 가구)에서 3.7%(52만 가구)로, 서울에선 11.1%(28만 가구)에서 16.0%(41만 가구)로 늘어났다. 정부가 조세 형평성과 공시가격 신뢰도를 높인다며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춰 올리고 있어서다. 전국 평균 상승률만 따져도 19.1%로 14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주택 보유세를 매기는 과세 표준 역할을 한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주택 보유세 부담도 함께 커진다. 기존엔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이 주택 가격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로 평가됐다. 올해부터는 재산세 감면 기준인 공시가격 6억 원도 주택 소유자들 희비를 가르는 경계선이 됐다.
애초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2035년까지 90%로 올리기로 하면서 재산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마련한 특례 세제에 따라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을 가진 1주택자에는 3년 동안 재산세율이 최고 0.05%포인트 낮아진다. 공시가격 6억 원짜리 주택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약 147만 원에서 126만 원으로 21만 원 줄어든다.
문제는 공시가격이 높아지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산세 감면 대상이었던 아파트가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그간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이 강북권 중ㆍ저가 주택으로 확대되면서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 탈락하는 주택이 속출했다. 이른바 서민 주거지역으로 불리던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ㆍ관악ㆍ구로구)에선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평균 20~30%에 달하면서 강남권을 웃돌았다.
일부 아파트에선 공시가격이 올해에만 50% 가까이 올랐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라이프아파트 전용 115㎡형은 지난해만 해도 공시가격이 5억3300만 원이어서 재산세 감면 대상이었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그보다 49.0% 오른 7억96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아파트 소유자가 져야 할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 122만 원에서 올해 220만 원으로 불어난다. 이 같은 추세면 내년엔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될 걸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조세 부담 급증을 막기 위해 지난해 공시가격이 6억 원 이하였던 1주택자 소유 주택에 특례 세율을 소급 적용해 세 부담 상한선(전년도 보유세 부담액에서 일정 범위 이상 보유세가 증가하지 못 하게 하는 선)을 낮추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서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보유세에 붙는 각종 부가세도 덩달아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가구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증한 상황에선 조세 조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 등에선 벌써 집단 이의제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주도와 서울 서초구 등 일선 지방자치단체도 주택 공시가격 동결을 요구하며 중앙정부에 맞서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재산세와 종부세가 확정되는 6월까지 조세 저항이 번질 것으로 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고 보유세가 증가하면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껑충 뛴 공시가격에 맞춰 주택 매매 호가도 함께 오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