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미나리’를 본 한국 관객들의 감상은 의외로 덤덤했다. 그렇다고 내놓고 악평을 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워낙 권위에 좀 약하지 않은가? 그러나 미국 쪽은 좀 달랐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필두로 크고 작은 상만 벌써 91관왕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왜 이들은 ‘미나리’에 열광하는 걸까? 이 영화가 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마음속에 거세되었거나 잠재되어 있던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제이콥(스티브 연)과 모니카(한예리) 부부는 마치 17세기 영국에서 배척당한 청교도인들이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미국 서부로 건너와 정착했듯, 자신만의 땅을 갖기 위해 아칸소주의 한 농장을 사서 개간을 시작한다. 당장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병아리의 항문을 들여다보고 암수를 구별하는 극한알바를 해야 하지만 그들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농장 수확물을 납품하기로 한 한국 식당은 그들의 뒤통수를 쳤고 밭에다 댈 용수 값도 부족해 부득불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여기에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들까지 있다. 위기에 처한 이들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온 모니카 엄마의 손엔 미나리 씨앗이 들려 있었다.
최근 미국 국민들은 상처를 받았다. 민주주의의 최고, 경제대국의 최상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들은 선조들의 역경에 굴하지 않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을 영화 ‘미나리’에서 다시 보았을 것이다. 끝으로 윤여정 파이팅!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