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콜 요건 불명확하다”…위헌심판제청 신청 인용
'세타2' 엔진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지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ㆍ기아자동차(현대차ㆍ기아)가 리콜 요건과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낸 위헌심판제청 신청이 인용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부장판사는 이달 19일 현대ㆍ기아차가 신청한 자동차관리법상 리콜 요건과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변 부장판사는 “자동차관리법 제78조 제1호, 제31조 제1항 본문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고 밝혔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 1항은 자동차의 설계나 제조, 성능상의 문제로 안전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자동차관리법 제78조 1호는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현대ㆍ기아차 측은 “자동차관리법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지난해 6월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리콜 요건인 ‘안전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과 ‘지체 없이’ 등 표현이 불명확해 법적인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는 취지다.
특히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조항은 다른 법률과 달리 당국의 시정명령 과정 없이 곧바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 간 평등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대기환경보전법과 소비자기본법은 주무부처가 시정명령을 내린 후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 부장판사가 위헌심판 제청을 결정함에 따라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형사 재판은 중단된다.
이후 헌재가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면 '형벌에 관한 위헌 결정은 소급 적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무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위해선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현대ㆍ기아차 법인과 임원 3명은 2019년 7월 국내 판매 세타2 GDI 엔진 자동차들에서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주행 중 시동 꺼짐, 엔진 파손이 발생하는 결함을 알고도 뒤늦게 리콜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