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마비시켰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일부 부양에 성공했으나 수에즈 운하가 언제 다시 개통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엿새째 선박 운항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가 피해를 보상해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에즈 운하에 좌초해 일주일째 운하를 가로막고 있던 에버기븐호의 부양작업이 성공해 정상 항로로 돌아왔다. 선박은 곧 엔진을 가동해 예인선과 함께 운하 외부 홍해바다로 빠져나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가 언제 다시 개통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벌써 엿새째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피해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수억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좌초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막대한 배상금 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버기븐호는 대만 에버그린이 선사, 일본 쇼에이기센이 선주다.
책임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상금 규모는 수 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해운업계부터 원자재 산업까지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두가 보상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에버기븐호나 운항이 중단된 다른 배에 실린 화물 소유주들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이들 보험사는 에버기븐호 선주에 손실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에버기븐호 선주는 다시 보험사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에버기븐호 자체 피해의 보상 여부도 주목된다. 통상 에버기븐호와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은 1억~2억 달러(약 1100억~2300억 원) 정도의 보험금이 보장된 보험에 가입하는데, 실제 보험금은 선박의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해상에서의 손실 비용에 대해 소유주와 보험업자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이른바 공동해손(general average loss)이 선언될 경우, 보험금 지급 과정이 복잡해져서 절차가 끝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에버기븐호의 인프라 손상이나 장애 손실 등을 보장하는 곳은 영국 P&I 클럽이다.
보상 주체가 누가 되든 구난업체에 지불해야 할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투입된 네덜란드 업체 스미트샐비지는 배와 화물의 가치를 토대로 성공 보수를 받는데, 에버기븐호의 경우 이 성공보수가 수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에버기븐호 선주뿐 아니라 보험회사까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고, 최악의 경우 파산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했다. 에버기븐호는 너비 59m, 길이 400m, 22만t 규모의 컨테이너선으로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중이었다.